엄주성 키움증권 대표가 취임 1년만에 실적을 개선하고 리스크 관리에 성공하면서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초대형IB(Investment Bank)' 인가를 달성할 것인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엄주성 대표는...
△1968년 서울 출생(56) △경기 시흥고(현 금천고)·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졸업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투자경영학 석사 △대우증권 입사(1993) △키움증권 PI팀장(2007)∙투자운용본부장(2013)∙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2023)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2024. 1~현재)
◆주식시장 침체에도 1~3Q 순익 6886억, 전년비 9.32%↑
엄주성 대표가 지난 1월 취임 이후 보여준 성적표가 주목받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1~3분기(1~9월) 영업수익(매출액) 7조6387억원, 영업이익 9179억원, 순이익 68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3.23%, 9.07%, 9.32% 증가했다(이하 K-IFRS 연결).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증권 업황에도 플러스를 기록했다.
특히 3분기 실적이 양호했다. 3분기 순이익 21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 증가했다. 분기 영업이익은 268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줄어들면서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우려를 불식시켰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는 '1조 클럽'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주식 부문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기준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 수익이 770억원으로 전년 동기(533억원) 대비 44.46% 증가했다. 이는 업계 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가 꼽힌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우발부채 비중은 약 40%로, 다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평균 우발부채 비중(50.4%)보다 낮은 수준이다. 채권발행 부문에서도 성과를 냈다. 우리금융지주, 대한항공, 두산, 롯데, 한진, 현대카드 등의 회사채 주관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 같은 성과로 IB 부문 내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2.7%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5.8%까지 2배 넘게 증가했다.
엄주성 대표는 기존 전사 리스크관리 태스크포스(TF)를 정식 팀으로 승격해 리테일비즈 분석팀으로 확대 개편했고, 자회사 리스크와 내부통제 통합관리를 위한 그룹위험관리팀도 신설했다. 특히 현업·리스크관리·감사 부문의 3중 체계를 구축해 위기대응력을 강화했다. 석호징 전 삼정KPMG 이사를 영입해 리스크관리부문장(CRO)으로 선임한 것도 내부통제 강화의 일환이었다. 석호징 상무는 삼성증권 리스크관리 파트장, KEB하나은행 홍콩법인 이사 등 20여 년 동안 리스크관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내부통제 전문가다.
이와 함께 신용 리스크 발생 징후를 보이는 종목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해 지난 4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은 위험노출액(익스포저), 유통주식 수, 가격 변동률 등 여러 수치를 분석해 신용리스크를 점수화하는 방식이다.
종목 증거금률도 다양화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증거금률 50%, 60% 등도 추가해 리스크 관리를 더욱 촘촘하게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세밀한 리스크 관리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IB부문 확대해 수익다각화 '속도'...초대형 IB 진출 '청신호'
이에 따라 키움증권의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초대형 IB(Investment Bank)' 인가에도 청신호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초대형 IB란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사를 말하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고 결격 사유가 없어야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증권업계에 초대형IB는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삼성증권의 5곳이 있다. 키움증권의 지난 3분기 자기자본은 4조8221억원이다(K-IFRS 별도)
키움증권은 초대형IB의 바로 아래 단계인 종투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받은 상태이다.국내 증권업계에 종투사는 키움증권을 포함해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투자증권의 9곳이 있다. 키움증권이 초대형IB 인가를 받으면 다우키움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다우키움그룹에서 다우데이타(지주사)→다우기술→키움증권으로 이어지며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엄주성 대표는 초대형IB 인가를 위해 기업금융(IB) 부문을 강화해왔다. IB 조직을 기업금융부문으로 격상시키고 산하에 기업금융본부, 커버리지본부, 인수합병(M&A)금융본부를 배치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담당하는 구조화금융본부도 구조화금융부문으로 승격시켰다. 올해 2월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에 25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부산 범어동 개발사업과 롯데건설 조성 PF 펀드 투융자를 진행했다. 2분기에는 신길5동 지역주택사업, 홈플러스 부지 개발, 수원시 권선구 주택재개발단지 사업 등에 참여하며 825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달성했다.
상반기 IB 부문 수수료 수익은 111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4.2% 급증했다. 기업공개(IPO) 주관 실적도 늘어 코셈, 피앤에스미캐닉스의 IPO(기업공개)를 성공시켰다. 최근에는 채권발행 부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대한항공, 두산, 롯데, 한진, 현대카드 등의 회사채 주관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 같은 성과로 IB 부문 내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2.7%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5.8%까지 2배 넘게 증가했다.
◆"수학도 출신의 수익다각화 전문가"...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격' 동료 신망 두터워
엄주성 대표는 숫자에 밝고 시장 흐름을 빠르게 파악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합리적이면서도 온화한 성격으로 동료 신망도 두텁다. 2011년 4월부터는 키움증권의 사회공헌단 '키움과 나눔'을 만들고 12년간 단장으로 활동하며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섰다.
올해 1월 키움증권 수장에 올랐다. 임기는 2026년 1월까지 2년이다.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했고 1993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증권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2007년 키움증권 PI(자기자본투자) 초대 팀장으로 합류한 뒤 투자운용본부를 14년간 이끌며 성과를 냈다. 키움증권 이사회는 엄 대표를 추천하며 "30년 동안 금융투자업에 종사했고 다른 증권사와 키움증권에서 리테일 부문, 기업금융(IB)업무, 전략기획업무, 투자운용 업무 등 다양한 금융투자업무 분야에서 근무했다"며 "키움증권에서는 다년간 경영진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금융비즈니스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문성을 통해 훌륭한 성과를 이끌어 왔다"고 평가했다.
엄 대표는 20대 시절 주식투자로 큰 손실을 본 경험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엄 대표는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안정적인 투자 상품이나 퇴직 연금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9월 29세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사회 초년생 전용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