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주 김장준 기자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KB국민은행의 리딩뱅크 주도에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연말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재근 행장은...
△1966년 서울 출생(57) △서울고·서강대 수학과 졸업 △주택은행 입행(1993) △KB국민은행(2001) △KB금융지주 비서실장(2013) △KB국민은행 판교테크노밸리지점장(2013)·재무총괄 상무(2017)·영업그룹 부행장(2020) △KB국민은행장(2022. 1~현재)
◆2Q 지배지분 순이익(1.4조) 1위 전망, 홍콩 H지수 반등하고 실적↑
현재 국내 5대 시중은행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다. 1990년대에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였던 것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계기로 합병과 퇴출을 거치면서 지금의 5대 시중은행으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업계 순위다. 그간 업계에서는 'KB국민은행=리딩뱅크'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는데, 최근 신한, 하나은행이 KB국민은행을 바짝 따라잡으면서 KB국민은행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2022년 1월 취임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재임 2년만에 이같은 우려를 씻어내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은행주, 여전히 살만하다' 보고서를 내고 KB국민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올해 2분기 (지배지분)순이익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 1조4180억원, 신한은행 1조2250억원, 하나은행 8930억원, 우리은행 755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 1분기에는 신한은행(1조3220억원)이 지배지분 순이익 1위를 차지했고 KB국민은행은 2위(1조490억원)였다. 이어 하나은행(1조340억원), 우리은행(8240억원)순이었다.
KB국민은행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이 부진했던 배경에는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충당금 8620억원을 적립한 것과 관련있다. 홍콩 H지수란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기업 가운데 우량주를 골라서 지수로 만든 것이다. 이 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으로, KB국민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이 상품을 판매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서 홍콩 H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이 대규모 손실이 예정됐다. 이재근 행장은 고심 끝에 자율배상 합의로 고객 손실을 해결했다. 실적보다 고객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지킨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2분기 순이익 개선의 배경으로는 홍콩H지수 반등으로 1분기 충당부채 일부를 환입하고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는 것과 관련있댜. 지난 3월 말 홍콩H는 5800p 수준이었지만, 이달 3일 기준 6451p까지 반등해 약 10% 환입이 예상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2분기 실적과 관련,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가장 양호한 2분기 실적이 예상된다”며 “부동산PF 관련 추가 충당금 적립 규모가 타행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홍콩 H지수 반등에 따라 1분기에 적립한 ELS 관련 충당금 일부가 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홍콩 ELS 충당금 환입 발생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금융지주들의 2분기 실적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컨센서스(기대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ELS 충당금 환입 규모가 크고 PF 추가 충당금 규모가 경쟁사들 대비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KB금융 실적이 2분기에 가장 양호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예상했다.
◆국내 최다 고객수, 자본 총계 등 강점 살려 실적 개선 주도
현재 KB국민은행은 자본총계, 매출액(영업수익), 고객 컨택 포인트 등을 기준으로 업계 1위이다. 지금의 1위로 점프한 계기는 역설적으로 IMF 외환위기였다. IMF 외환위기로 2001년 주택은행을 합병해 지금의 KB국민은행이 탄생했는데 당시 경쟁이 치열하던 기업금융 대신 소매금융에 집중했다. 기업금융 위주의 은행들이 IMF 외환위기 쇼크로 퇴출되거나 합병했지만 KB국민은행은 소매금융으로 오히려 사세를 확장한 것이다.
KB금융그룹에서 비(非)이자 부문이 강화되면서 계열사 가운데 존재감이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KB국민은행은 여전히 그룹 내에서 이른바 '은증생카'(은행, 증권, 생명, 카드) 순으로 불리고 있다.
이재근 행장은 KB국민은행이 국내 최다 고객수를 기반으로 기업금융과 NIM(순이자마진)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순이자마진(NIM, Net Interest Margin)은 은행이나 금융권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낸 지표로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예대마진과 비슷한 개념이다.
KB국민은행의 이자이익은 여전히 KB금융그룹 전체 수익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원화대출규모와 순이자마진이 그룹 실적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의 지난 1분기 기준 원화대출금 총액은 343조7000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수준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신한은행 298조1831억원). 여기에다 순이자마진 1.87%로 업계 1위를 확보하고 있다(신한은행 1.64%, 하나은행 1.55%). 여기에 홍콩H지수 충당금 환입 기대가 더해져 2분기 순이익 1위로 KB국민은행이 점쳐지고 있다.
이재근 행장의 과제로는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의 흑자전환이 꼽히고 있다. KB부코핀은행은 KB금융지주가 동남아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실적 공시에 따르면 부코핀은행은 지난해 3분기에 순손실 957원을 기록했다. 이재근 행장은 "2025년까지 KB부코핀은행을 흑자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KB부코핀은행의 사업 전망은 밝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국토면적이 가장 넓고 인구가 많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7700만명으로 인도(14억2800만명), 중국(14억2500만명), 미국(3억3900만명)에 이어 세계 4위이다. 면적은 한반도보다 9배 넓다. KB금융지주도 KB부코핀은행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5월 KB부코핀은행은 11조9000억루피아(약 1조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유상증자에서 8조루피아(약 7000억원)를 투자해 802억주의 신주를 추가 취득했다. 국민은행은 신주 인수로 기존 지분율 67%를 유지했다.
◆이재근 행장, 양종희 회장과 주택은행 시절부터 호흡 맞춰
이재근 행장은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복심(腹心)으로 불린다.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했고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했다. 앞서 1989년 양종희 회장은 주택은행에 입행했다. 두 사람은 이후 주택은행이 KB국민은행과 대등합병하면서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서 근무하며 호흡을 맞춰왔다.
이재근 행장은 2021년 12월 KB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KB국민은행 단독 후보로 선정됐다. 지난해 11월 연임에 성공했고 임기 만료는 올해 12월이다. 양종회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고, 실적 개선을 이뤘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업무에는 치밀하지만 사석에서는 다정다감해 임직원들 사이에 신망도 두텁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 은행 CEO에 대해 최소 임기 만료 3개월 전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