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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㊲포스코, 반세기 정치 외풍에도 이차전지 신사업 성과 내는 3가지 비결

- 그룹 총수 중도에 물러나도 '정신적 오너'(박태준 초대 회장)가 길잡이 역할

  • 기사등록 2023-12-31 16: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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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이혜지 기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외없이 CEO가 '날아가는' 곤욕을 치르는 그룹, 그럼에도 업력(業力) 50여년 동안 재계 순위는 지속 점프하고 남들은 버거워하는 이차전지 신사업도 척척 해내는 대기업집단. 


포스코그룹(회장 최정우)의 50여년 역사를 요약한 단 두 문장이다. 


포스코는 한국 재계에서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재계의 압도적 다수 그룹들이 오너가 리더십을 갖고 화끈하게 밀어 부치면서 성장해온 것과 달리 포스코는 오너 없이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포스코그룹은 오너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CEO마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 한 차례도 예외없이 교체돼왔다.  


그럼에도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으로 포스코는 오너 없는 대기업집단으로는 가장 사이즈가 크다(대기업집단 5위). 포스코 피어그룹(peer group·비교그룹)으로 분류되는 KT, 한국전력, KT&G 등과 비교해도 존재감은 남다르다. 이같은 배경으로 포스코그룹은 미국 경영대학원의 케이스 스터디로 다뤄지고 있다. 그만큼 독특하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오너가 없고 심지어 CEO가 자꾸 교체돼도 오히려 잘되는 '포스코의 역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궁금증을 갖고 포스코그룹을 살펴보면 피어그룹에는 없는 '3가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룹 매출액 첫 100조 돌파하고 재계 '빅5' 점프


포스코그룹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5위를 기록했다. 롯데그룹을 제치고 5위로 점프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간의 포스코그룹의 대기업집단 순위를 살펴보면 2000년대에는 10위권이었다가 2013년 8위에 올랐고 2017년 6위 점프에 이어 올해 롯데그룹을 제치고 5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포스코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3년 6월 기준.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그룹 전체 매출액 100조9960억원으로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비 15% 증가했다. 순이익 8990억원으로 전년비 85.42% 감소했다. 계열사는 포스코인터내셔널(옛 포스코대우),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켐텍, 포스코DX(옛 포스코ICT. 이상 상장사), 포스코,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 등 42개로 전년비 4개 증가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번 순위 점프는 지주사 전환 덕분이다. 지난해 3월 포스코는 사업회사 포스코와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로 물적분할 했고 이후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포스코 지분가치 약 30조원이 자산으로 인식됐다. 이 결과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순위의 기준이 되는 자산총액이 132조660억원으로 전년비 26조원 가량 증가해 롯데 자산총액(121조5980억원)을 8조원 가량 앞서게 됐다. 


그렇지만 이같은 겉보기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번 순위 점프는 이차전지 사업이 성과를 낸 데 따른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포스코 계열사 지분가치가 30조원으로 인식된 것은 이들 계열사 주가가 주식시장에서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포스코홀딩스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단위 억원,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차전지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옛 포스코대우) 주가는 30일 기준 6만2400원으로 올해 1월 초 대비 3배 가량 급등했다. 포스코퓨처엠(포스코케미칼) 주가도 35만9000원으로 올해 1월초 대비 두 배 가량 상승했다. 포스코DX의 주가는 1000% 이상 증가하면서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포스코DX는 내년 1월 2일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다. 


포스코DX의 최근 1년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증권]

◆포스코인터내셔널·퓨처엠, 이차전지 신사업 주도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 신사업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대기업집단에 속한다. 이차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는 포스코퓨처엠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이며 각각 이차전지 중간·최종 소재 부문, 원료·광물자원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이차전지 밸류체인과 포스코 계열사. 

현재 두 계열사의 매출액 비중은 포스코그룹에서 무시 못할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기준 포스코인터내셔널 매출액은 37조9896억원으로 본업(철강)을 영위하는 포스코(35조8222억원)를 넘어섰다. 


포스코그룹은 2030년까지 리튬 생산량을 42만3000톤으로 늘려 글로벌 '톱3' 리튬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 리튬 사업 매출액 13조6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8조5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2030년까지 2차전지 소재 매출액 62조원, EBITDA 1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포스코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2022년 K-IFRS 연결 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역대 총수 모두 임기 못채워도 실적↑


포스코의 이같은 성과는 정권이 바뀌면 CEO가 교체되는 악순환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포스코의 역설'로 불리고 있다.  


박태준(1927~2011) 초대 회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불화로 물러났다. 이후  황경노·정명식 회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김만제·유상부·이구택 회장도 정부 출범 직후 중도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취임한 정준양 회장도 정권교체 후 자진사퇴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의 권오준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단 1인도 자신의 임기를 마친 적이 없는 셈이다. 


역대 포스코 CEO 현황. 

정권에 따라 CEO가 예고없이 물러나면 업무 연속성이 끊기고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지속적으로 실적을 개선해온 것은 무엇보다도 '정신적 오너'(박태준 초대 회장) 덕분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시 말해 포스코에는 상법상 오너는 없지만 위기나 현안이 닥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길잡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는 피어그룹으로 분류되는 KT, 한국전력, KT&G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박태준 회장은 1969년 포스코 초대 회장으로 취임해 1992년 퇴임까지 23년 동안 포스코를 기업보국의 자세로 사심없이 이끌며 모범을 보여주었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지금도 임직원들 사이에는 위기나 현안이 닥칠 경우 "만약 박태준 회장이라면?"하는 질문에서 해법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본업(철강)이 B2B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왔다는 분석이다. 이는 한국전력(전기), KT(통신), KT&G(담배)가 B2C 사업을 영위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재계의 한 인사는 "한국전력의 고객(일반 소비자)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표(vote)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래서 한국전력은 가격(전기 요금)을 절대 함부로 올릴 수 없다. 반면 포스코 고객은 대부분 미들맨(middle man)이며 정치권 입장에서 숫자도 많지 않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덕분에 포스코는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고 철강 가격을 비교적 자율 결정할 수 있었다. 이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의 큰 차이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포스코가 영위하는 철강 사업이 과점(oligopoly) 구도라는 점도 성공 비결로 꼽히고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한국전력은 국내 유일의 전기 독점(monopoly) 기업이며 독점은 언제나 방만 경영 문제를 낳는다. 경쟁하지 않고 안주하기 때문이다. 반면 포스코는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의 메이저 철강사들과 경쟁했고 국내에서는 2004년 현대제철이 고로(furnace) 사업에 진출하며 과점 사업자가 됐다.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용광로 생산성을 대폭 개선한 파이넥스 공법을 만든 것도 혁신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포스코가 정권 외풍을 받는 것이 포스코 경영에 상수(invariable number)이며 별무사안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포스코는 포항 본사를 이전하려다 표류하고 있다. 지역 주민과 정치권 압력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포스코가 경영 논리에 따라 본사 이전을 결정하면 수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외풍이 중단되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정우 회장은 2018년 7월 취임해 2021년 3월 연임을 거쳐 현재까지 5년 5개월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임기 만료(2024년 3월 말) 3개월 전에 거취를 밝혀야 한다. 차기 회장은 내년 2월쯤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이 차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hyejipolic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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