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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민주 기자]

다사다난했던 2023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이 다시 꿈틀대는 등 불마켓(강세장) 시그널도 나타난 한해였다. 이에 더밸류뉴스가 올해 자본시장 6대 뉴스를 선정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과 원달러 환율 안정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올해 9월부터 가파르게 올렸던 금리를 최근 세 차례 동결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내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긴축 종료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미국의 물가상승 압력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1%로 여전히 2%를 웃돌고 있지만, 작년 7월 무려 9.1% 오르면서 41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세가 둔화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도 작년 10월 6.6%에서 지난달 4.0%로 낮아졌다. 파월 의장이 내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배경이다. 


한국도 내년 금리 인하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로 2008년 이후 15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진 상태이다. 내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행 3.5%에서 0.75% 내린 2.75% 수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자료=한국은행]

미국 금리가 인하 움직임을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9일 오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90원으로 5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네이버증권]


◆슈링크플레이션과 국내 물가 상승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 인상'을 의미하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한해였다.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의 저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제품 크기나 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은 그대로인 데 실제로 받는 양이나 품질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구매력이 감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9개 품목 37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들었다. 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종합포털사이트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 209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2022년 12월∼2023년 11월) 사이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바프'(HBAF)의 허니버터아몬드 등 견과류 16개 제품, CJ제일제당의 백설 그릴 비엔나(2개 묶음 상품),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 20매 상품과 15매 상품 등의 용량이 적게는 7.7%에서 많게는 12.5%까지 줄었다.


정부가 지난달 설치한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통해 지난 8일까지 접수된 53개 상품 중에선 9개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몬덜리즈 인터내셔널의 호올스 7개 상품과 가정배달용 제품인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 2개 상품의 용량이 10.0∼17.9% 줄었다.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의 경우 자사몰을 통해 용량 변경 내용을 안내했다.


당국은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마련하고 꼼수 인상 제품 등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또 연내에 대형마트, 백화점 등 주요 유통사와 모니터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내년부터는 식품과 생필품 용량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공매도 금지 


지난달 6일부터 내년 6월말까지 약 8개월간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전면금지된다. 기존에 공매도가 가능했던 코스피200, 코스닥150지수 350개 종목을 포함해 유가증권과 코스닥, 코넥스 시장 전 종목에 공매도가 차단된다. 


공매도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등 과거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일 때마다 한시적으로 단행됐고, 이번이 네 번째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서 되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내려야 돈을 벌 수 있는 데다 정보와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투자법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지목해 왔다. 특히 최근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 폐지 여론에 불이 붙었다.


금융위원회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있었던 기존 공매도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불법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 기관들은 공매도 금지 기간에 공매도 제도를 뜯어고친다는 계획이다. 일단 개인에게 불리한 공매도 제도를 추가로 개선한다. 지난해 당국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 비율을 140%에서 120%로 낮췄는데, 여전히 외국인과 기관(담보 비율 105%)에 비해선 불리하기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이차전지 열풍 


이차전지 등 테마주가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다. 올해 한국 증시는 2차전지주의 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2차전지 테마주 중심으로 들썩였다. 그 중 단연 가장 '핫'한 종목으로 꼽히는 '에코프로'는 올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 1위에 올랐다.


에코프로의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은 520%가 넘는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10만원대였던 에코프로는 올해 주식폐장일인 28일 기준 64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상승률은 528.16%에 이른다. 지난 7월 25일 최고점인 129만 3000원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수치지만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이차전지 관련주인 금양도 지분 가치가 지난해 5091억원에서 올해 2조 3849억원으로 334% 상승했다. 류광지 금양 회장도 주식부호 39위에서 11위에 진입하며 1조 주식 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금양은 에코프로 다음으로 수익률 2위를 기록한 종목으로 올해 들어 356.90% 상승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서 시장경보 제도상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는 224건으로 지난해(143건)보다 56% 증가했다. 이는 현행 3단계 체제의 시장경보제도가 도입된 2007년 이후 역대 4번째로 많은 수치이다. 특히 이차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금양, 자이글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투자경고 종목으로 다수 지정됐으며, 8월에는 국내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서남, 모비스 등 초전도체 테마주가 투자경고 종목에 대거 포함됐다.  


그렇지만 이차전지 종목들이 내년에도 상승랠리를 펼칠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에코프로가 올해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부분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앞으로 다시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등 낙관적 전망이 다수다. 반면 전문가들은 다소 회의적인 의견이다.


◆가상자산(비트코인) 다시 꿈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 가격이 다시 꿈틀댄 한해였다. 28일 코인데스크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4만2510달러(약 54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월가의 대표적 강세론자로 꼽히는 톰 리 펀드스트랫 창업자는 2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기대감에 힘입어 내년에 비트코인 강세장이 연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톰 리는 비트코인 가격의 핵심 변수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을 꼽았다. 그는 연준이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내년 세 차례 금리인하를 시사한 점을 지적하며 "역사적으로 연준이 금융 여건을 완화시켰을 때 비트코인이 하락 사이클에 진입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도 암호화폐 업계에 대형 호재가 될 것이라며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될 경우 코인 투자가 제한되어 있는 개인 퇴직연금 계정(IRA) 및 기업 연금계정(401K) 등이 ETF를 경유해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401K 자금의 약 1%만 ETF를 통해 유입되어도 비트코인 가격에 엄청난 상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연준의 통화정책과 현물 ETF 승인을 감안했을 때 비트코인이 내년에 매우 강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업비트(두나무), 빗썸의 양강 체제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현재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은 가상자산거래소는 업비트, 빗썸을 포함해 코빗, 코인원, 고팍스의 5곳이 있다. 


빗썸의 ‘휴면 자산 찾기’ 캠페인 안내 화면. [이미지=빗썸]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금융시장 불안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28일 공시했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개발사업 PF(프로젝트금융) 우발채무에 기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돼 이를 통보 받았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즉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했다.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 [사진=더밸류뉴스]

태영건설은 시공능력평가순위 16위 건설사로 이번 워크아웃 신청은 국내 부동산 건설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계기로 건설사에 대한 금융권 유동성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9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태영건설 협력업체들에 대한 은행권의 적극적인 지원도 유도할 방침이다. 태영건설 협력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을 하다 부실이 일부 발생해도 중대 과실이 없다면 면책하기로 했다.


tv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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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29 1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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