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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통합적 지식이 필요한 주식투자교육


대부분의 대학에서 주식투자의 기초가 되는 회계학이나 재무학 또는 통계학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나아가 국내의 일부 대학이나 대학원에 금융수학, 금융공학 등의 강좌가 개설되어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일반인의 투자지식이나 금융지식을 확장하기에는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개별적이다.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의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주식투자에 필요한 지식은 위와 같은 개별적인 지식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통합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주식투자에 관한 지식은 흔히 말하는 통섭(統攝)의 범주에서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제도권에서 주식투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행해지지 않고, 오히려 주식투자교육이 터부시되는 분위기다. 이것은 주식투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런 인식은 빨리 없어져야 한다)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 결과 대학생들의 주식투자 공부는 대체로 동아리 활동이나 개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대의 변화를 타고 사람들이 반드시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또 여기저기서 금융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고, 이에 관한 법안도 제출되어 있지만, 정작 금융교육이나 주식투자교육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그다지 고민을 하지 않는 듯이 보인다.



교육방법론이 교육의 질 좌우


어떤 분야에서 교육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가장 먼저해야 하는 것이 어떤 방법을 통해서 교육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일이다. 교육방법론이 교육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법학분야를 예로 들면, 한국에서 법학교육방법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은 2009년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이다. 로스쿨 설립을 전후하여 미국 로스쿨의 법학교육방법론에 관하여 연구한 논문들이 다수 발표되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법학교육방법은 추상적인 법학이론에 치중한 교수의 독자적인 주입식 강의(lecture)법으로 담당 교수가 해당 법 과목에 대한 전체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을 하는 것이었는데, 강의실에서 배우는 법과 현실의 법 사이에 괴리가 심하여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현실 상황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래서 제시된 대안이 ‘판례교육방법’(Case Method)이나 ‘대화식 판례교육방법’,  ‘문제중심학습법’(PBL: Problem Based Learning), 시뮬레이션교육법, 기타 오디오나 컴퓨터프로그램을 통한 교육법, 법적 글쓰기, 법률실습 등이었다. 이 중에서 판례교육방법이 법학자와 실무자들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



엉뚱한 생각 판례교육방법 벤치마킹


미국 로스쿨의 판례교육방법은 네 가지 요소로 파악할 수 있다. 첫째, 판례를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법원리와 원칙에 ‘숙달’(Mastery)하게 하는 방법이다. 둘째, 이때 행해지는 판례의 분석은 ‘과학적 분석’(Scientific Method)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 왜냐하면 과학자가 예컨대 동물과 같은 실험대상을 해부함으로써 인체의 구조나 작동원리 등을 파악하듯 판례를 분석함으로써 법의 작동원리들을 익혀 나아가기 때문이다. 셋째, 이런 판례의 과학적 분석은 - 강의식 법학교육이 지향하기 쉬운 추상적 법지식의 아름다운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지 않고 - 그것을 통해 길러지는 법적 논증의 능력을 통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그 목표가 있다. 넷째, 판례교육방법은 적은 교수와 적은 교재로 많은 학생들의 주의와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경제적 실용성을 갖고 있다.


다소 엉뚱하지만, 판례교육방법을 벤치마킹하여 주식투자교육에 적용하면 위와 같은 판례교육방법의 특징과 장점들이 그대로 주식투자교육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변화무상한 금융시장에서 전형적인 주식투자 케이스를 발굴하여 교육하면 주식투자의 원리와 과학적 분석, 금융시장의 작동 원리, 나아가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적은 교수와 적은 교재로 많은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경제적 실용성을 얻을 수 있다.


주식투자교육에 판례교육방법을 적용하면 학생들이 주식투자에 필요한 통합적 지식을 학습할 수 있게 된다.



PEG분석 사례를 이용한 주식투자교육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회사를 차려 역사상 어떤 헤지펀드 회사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알려진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미래를 예측하고 대처하는 능력은 변화를 발생시키는 인과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에 달려 있으며, 그 능력은 과거에 그것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연구해야만 알 수 있음을 깨달았다.” 고 말한다.


자료: 변화하는 세계질서 (2022) www.yes24.com.com/ (2023.12.05. 검색) 과거를 공부해서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는 레이 달리오의 깨달음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 주식투자의 성공과 실패를 대표할 수 있는 100개 정도의 기업 사례만 잘 분석하고 정리해도 학생들이 주식투자의 원리와 실무를 제대로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시장의 데이터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수년 동안 PEG (Price Earnings to Growth ratio, 주가수익성장비율)와 관련된 과거 데이터를 검증해 보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그래서 기업의 PEG관련 데이터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및 이익의 질 등을 결합하여 분석하는 기업분석 모형을 만들어서 틈만 나면 기업분석을 해보는데, 해당 기업에 대한 주식투자의 시기를 생각보다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서 놀랍다.


그 이유는 대체로 PEG분석과 관련된 데이터들이 기업의 성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금융시장의 데이터와 상호 연동하여 작동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PEG분석 사례를 이용하여 주식투자교육을 하면 학생들이 주식투자와 관련된 방대한 지식을 모두 공부하지 않더라도 단기간에 주식투자에 필요한 통합적 지식을 학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금융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이 나서야 한다


경험이 많은 재무학 교수 중에 학생들에게 주식투자를 교육하거나 주식투자를 배우도록 권유하는 것에 반대하는 분도 있다. 주식투자는 전문투자기관과 개인의 게임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전문투자기관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러나 필자는 대학생 때 주식투자와 금융지식을 제대로 공부해야 우리나라가 금융강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들의 주식투자가 수준 높은 전문지식과 100년이 넘는 경험으로 무장한 해외의 전문투자기관들을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고 해서 우리가 미리부터 포기하고 주식투자교육을 아예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가 언제 금융강국이 되겠는가? 주식투자의 원리와 통합적 지식을 이해하는 젊은 인재들이 많아야 금융강국의 토대가 마련된다. 늦게 시작해도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대학에서 주식투자교육을 이수한 졸업생들이 국제적인 안목과 경쟁력을 갖추고,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교양인이나 전문인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대학의 주식투자교육이 강화되어야 하고, 학계와 금융계, 나아가 정부조직은 이에 대하여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금융강국이 되는 초석을 다지는 길이다. 아울러 대학에서는 사례분석 중심의 통합적 주식투자교육방법을 개발하여 금융지식 선진화의 물꼬를 터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는 변화하고 있다.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사진=더밸류뉴스]   

저작권자 Ⓒ 윤진기.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출처를 표시하여 내용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3년 12월 13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원문에는 각주가 부기되어 있으며, 각주에서 인용자료의 출처와 추가적인 보충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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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13 13: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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