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집결한 행사는 올해 들어 처음 봅니다. 장관이 따로 없네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시장에서 만난 어느 유통 담당 기자의 귀띔이었다.
이날 신세계그룹은 이 전시장에서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지마켓 등 신세계 계열사들의 통합 멤버십 론칭을 알리는 행사였다.
이 행사를 지켜본 기자가 보기에도 코로나19 이후 최근 열린 유통사의 오프라인 행사 중 최대였다. 현장에서 만난 어느 유통기업 홍보 담당자는 “오늘 유통 보도자료 기사가 잘 안 나온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럴만도 했다. 각 언론사별로 유통 담당 기자 1명씩만 참석했음에도 100명이 넘는 기자들이 모였다.
기자는 이날 행사 이곳저곳을 취재하며 '쿠팡'이 만들고 있는 유통산업 지각변동으로 신세계가 맞닥뜨린 도전과 여기에 대비하는 그룹 차원의 결의를 느낄 수 있었다.
◆키워드 입력하자 '프린팅 티셔츠' 곧바로 나와
입구에서 언론사 이름이 적힌 목걸이를 받고 행사장에 들어갔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 겸 SSG닷컴 공동 대표, 전항일 지마켓 대표, 이인영 SSG닷컴 대표 등 신세계그룹 경영진이 총출동한 것을 보니 이 행사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들 경영진은 직접 ‘신세계 유니버스’ 전략을 프리젠테이션하고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현장을 소개했다.
Q&A(질의응답)까지 마치고 본격적으로 메인 행사장 투어에 나섰다. 전체 행사장 내 부스를 한번씩 돌아봤다. 관련 직원들이 상주하며 설명과 행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이마트, 지마켓, 스타벅스, SSG랜더스 등 계열사 부스로 가득찬 내부는 생각보다 컸다. 처음 행사장 투어에서는 회사 측에서 지정해 준 기자들과 조를 짜서 다녔던 터라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다시 돌아봤다.
이날 기자가 느꼈던 것은 유통의 미래였다. 전통적으로 오프라인에 강점을 가졌던 유통업은 시대가 변할수록 온라인화돼 가고 있다.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 AI∙디지털을 접목한 미래적인 유통 시대를 경험할 수 있었다.
먼저 독특했던 것은 W컨셉이다. ‘패션에 어떻게 AI(인공지능)를 접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느껴졌다. 아울러 최근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는 M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도 고안해야 했다. W컨셉은 ‘패션도 기술, 미래 스타일링을 제안하다’라는 주제로 부스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W컨셉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티셔츠 만들기 체험 존을 진행했다. 생성하고 싶은 이미지에 대한 키워드를 입력하면 AI가 이미지를 몇 가지 생성한다. 고객이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선택하면 곧 프린팅된 티셔츠가 나온다.
기자는 ‘파리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는 여자’라고 키워드를 입력했다. 구체적이고 문장화 될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곧이어 4가지 이미지가 나왔고 그 중 하나를 선택했다. 프린터 옆의 직원이 컴퓨터로 티셔츠에 들어갈 이미지 위치를 잡아주면, 티셔츠 위에 프린팅이 된다. 1분 남짓의 시간이 지나자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티셔츠가 완성됐다. W컨셉 관계자는 “이번 AI 프린팅 티셔츠는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을 위해 일회성으로 기획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마케팅을 기획 중에 있다”라고 귀뜸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미지가 프린팅 된 티셔츠도 볼 수 있었다. 부스에 배치된 티셔츠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티셔츠들인 것이다.
이 외에도 휴대폰으로 큐알(QR) 코드를 입력하고 화면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면 실제 옷 제품이 뜨는 디지털 기술도 볼 수 있었다. 회사는 ‘Now for the Future’을 테마로 다가올 23FW 미래 스타일링을 제안하면서 23SS에 선보인 대표 컬렉션을 3D 마네킹으로 전시했다. 이 제품이 휴대폰 속 기자의 손 위에 둥둥 떠다녔다. 패션과 AI 기술을 접목한다고 생각만 했을때는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눈 앞에서 보니 신기했다.
◆'별다방' 스타벅스에서 '환영합니다' 디지털 텍스트
다음은 미래의 스타벅스를 경험했다. 스타벅스와 함께하는 여행을 주제로, 기존 매장에서 볼 수 없었던 미래지향적 인테리어 구현했다. 특히 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별다방 매장에 적용된 디지털 아트워크도 볼 수 있었다. 커피가 나온 것을 알리는 메시지 외에도 다양한 그래픽이 나왔다.
아울러 3세대 커피 머신 ‘오비소(OVISO)’를 배치해 고객과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오늘 마련된 부스는 미래형 스타벅스로 구성했다”며 “다만 아직 디지털 아트워크는 매장에 구성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스타벅스 프리미엄 리저브의 원두 엽서 2000장을 활용해 ‘유니버스’를 형상화한 대형 모자이크 월도 이목을 끌었다.
테크관에서는 첨단 쇼핑을 관찰할 수 있었다. 로봇이 자동으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미래형 전기차 충전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아울러 무인 이마트24 편의점도 준비돼 있었는데, 사용 가능한 카드 하나면 편하게 입장이 가능했다. 카드를 매장 앞에 준비된 키오스크에 꼽았다 빼면 바로 입장할 수 있어, 여타 다른 무인 편의점의 귀찮은 입장 절차를 줄였다. 아울러 AI Vision, 센서 퓨전 등 기술이 융합된 무인매장 테크 및 스마트 자판기, 안심 주류 판매를 위한 ’요술 술장’, 미디어 보드 등 미래형 편의점 기술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매장 내부에는 AI 가상인간 편의점 직원도 있었다. 실제 인물이 움직이는 것처럼 눈도 깜빡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아직 AI 가상 편의점 직원 이름은 없다”며 “추후에는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바리스타' 등 미래 유통 세상 미리 선보여
강희석 대표는 이날 파트너사와의 상생도 강조했다. 이를 방증하듯 CJ, 매일유업, 유한킴벌리, LG생활건강, 풀무원, 농심 등 6개사가 개별 존을 만들고 이마트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개발된 콜라보 상품을 전시했다.
이 중 CJ제일제당은 신세계 유통 3사(이마트, SSG닷컴, G마켓)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으로 상품 개발에 나선다. 우선 CJ제일제당의 주요 HMR 제품인 만두, 국물요리, 밀키트와 ESG 카테고리인 비건 제품을 중심으로 올해 4분기 내 혁신 제품을 내놓는 것이 목표이다. 협업을 상징화한 심볼 로고도 만들었는데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와 양사의 공통 심볼인 꽃을 상징화했다. 매일유업은 홈카페 형식으로 비건 상품을 표현했다. 이날 어메이징 오트 외부 패키지를 리뉴얼한 제품을 깜짝 선보이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20년 후인 2053년 우주를 배경으로 미래 고객과 상품 테마를 유쾌하게 표현했다. 이날 부스에는 우주 원석으로 만든 디퓨져, 우주정거장에서 개화한 꽃의 향기를 담은 섬유유연제 등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가상의 제품들을 부스에 전시했다. 이 외에도 유한킴벌리는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소개했고 풀무원은 지구를 위한 두부로 만든 비건 식단을 선보였다.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을 둘러본 기자 소감은 '시간 여행을 하며 '유통 미래'를 미리 보고 왔다"로 요약할 수 있겠다. 미래 유통 세계에서는 편리함은 강화됐고, 디지털은 확대됐으며, 파트너십은 확장됐다.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현재에 충실한 행사를 취재하며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머지 않은 미래에는 내 취향을 고려해 AI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AI 직원의 추천으로 로봇이 자동으로 충전해주는 전기차 안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음미하는 일상을 보낼 것이라는 상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