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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⑥유한양행, '연매출액 2조' 전인미답 눈앞...'주인없는 제약사' 성공비결은

- 전문 경영인 체제이면서 성장 거듭...국내 제약사 유일 '자산 2조'↑

  • 기사등록 2023-06-09 16: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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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지만 향후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집단도 분석합니다]
[더밸류뉴스=이민주 김인식 기자]

오너 체제가 기업 성장에 효과적인가, 아니면 전문 경영인 체제가 효과적인가.


이 질문에 관한 한 적어도 국내 재계에서는 답이 나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올해 초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리스트를 살펴보면 압도적 다수가 오너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범위를 10대기업집단(삼성·SK·현대차·LG·포스코·롯데·한화·GS·HD현대·신세계)으로 좁히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더 선명해진다. 


다시 말해 그것은 오너 체제이며, 한국 재계 역사를 돌이켜보면 오너가 리더십을 갖고 화끈하게 밀어 부쳐야 조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기업이 기관차처럼 돌진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이 질문에 "No"라고 답변할 준비를 하고있는 기업 1순위가 바로 유한양행(대표이사 조욱제)이다. 유한양행은 오너 없는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갖고 있으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약사이다. (전통) 제약업계에서 매출액 1위이자 자산총계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공시대상기업집단은 '비금융사 자산총계+금융사 자본총계'로 매겨진다).


유한양행 지배구조. [자료=유한양행 사업보고서]

◆내년 '연매출액 2조' 전망... 국내 제약업계 처음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 업계에서 처음으로 '연매출액 2조'를 바라보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액 1조7758억원, 영업이익 360억원, 당기순이익 9065억원을 기록했다(이하 K-IFRS 연결). 전년비 매출액은 5.2% 증가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5.9%, 8.6%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유한양행의 올해 매출액이 1조9000억원대에 도달하고 내년이면 2조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한양행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2023년 자료는 증권사 추정치. [자료=유한양행 사업보고서]

국내 재계와 경영학계에서는 유한양행이 오너가 없으면서 이같은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비결에 주목하고 있다. 알려져 있다시피 유한양행 지배구조의 특징은 '오너가 없다'는 점이다. 


올해 3월 기준 유한양행 최대주주는 유한재단(15.77%)이지만 경영에는 간여하지 않고 있다. 유한양행의 유일한(1895~1971) 창업주는 1971년 3월 영면하면서 자산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겼고 아들(유일선)에게 유한양행을 물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 임원(조권순 전무)이 경영을 승계했다. 국내 재계에서 자식이 아닌 전문경영인이 경영권을 이어 받는 것은 유한양행이 사실상 처음이었다. 유일한 창업주의 딸 유재라(1929~1991) 여사도 재산 200억원 가량을 유한재단에 기증했다(200억원은 유재라 여사가 물려받은 게 아니고 스스로 모은 재산이었다). 


현재 유한양행에는 유일한 창업주 친인척이 없다. 유일한 창업주가 은퇴를 앞두고 자신의 혈연, 친척들을 예외없이 해고했기 때문이다.  


유일한(왼쪽) 유한양행 창업주와 딸 유재라 여사. [사진=유한양행}

그래서 유한양행은 1971년부터 50년 넘게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CEO 조건이 더 선명해져서 현재는 유한양행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는 체제가 굳어졌다. 


현재 CEO를 맡고 있는 조욱제 대표도 1987년 32세에 유한양행에 입사해 병원지점장 이사·전문의약품(ETC) 영업·마케팅 상무·약품사업본부장 전무·경영관리 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2017년 3월 부사장에 임명됐고 2021년 3월 CEO에 올랐다.


◆전문경영인 체제이면서 성장 거듭... 자산 2조↑·계열사 15개 


전문경영인 체제에서의 유한양행은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 3월 기준 유한양행그룹은 상장사(유한양행) 1곳을 포함해 유한화학, 유한크로락스, 유한메디카 등 모두 15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자산총계 2조원이 넘는다(2조4898억원).


유한양행 종속회사이면서 가장 매출액이 큰 곳은 유한화학으로 의약품원료, 항생제 원료물질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 1494억원, 영업이익 66억원, 당기순이익 44억원을 기록했다. 


위생용, 종이제품 제조업으로 알려진 유한킴벌리, 그리고 다국적 제약사 한국얀센은 유한양행 종속회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한킴벌리의 경우 미국 킴벌리클라크(Kimberly-Clark Trading LLC)와 합작투자를 통해 설립됐고 경영권은 킴벌리클라크가 갖고 있다. 유한양행은 유한킴벌리 지분 30%를 갖고 있으며,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지만 국내에서 유한킴벌리 관련 기사에서 유한양행과 함께 자주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조5091억원, 영업이익 2098억원, 당기순이익 1444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얀센은 벨기에에서 설립된 다국적 제약사 얀센(Janssen Pharmaceuticals)의 한국법인으로 1983년에 설립됐다. 존슨앤드존슨(70.9%)이 경영권을 갖고 있고, 유한양행(29.1%)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4246억원, 영업이익 207억원, 당기순이익 525억원을 기록했다. 의약품 공급 사업을 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지정 혁신형 제약기업이다. 


이밖에 공익재단으로 유한재단과 학교법인 유한학원(유한공업고등학교, 유한대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유한재단, 유한학원은 유한양행 지분을 각각 15.77%, 7.73% 보유하고 있다. ESG 경영에 관한 한 유한양행은 모범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조욱제(왼쪽 네번째) 유한양행 대표와 관계자들이 ‘유한 ESG경영실천 공동 선언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승한 유한크로락스 대표, 박종현 유한크로락스 대표, 진재승 유한킴벌리 대표, 조욱제 대표, 서상훈 유한화학 대표, 김현중 유한대 총장, 고병두 유한공고 교장. [사진=유한양행]유한양행이 국내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전문 경영인 체재이면서 성장하고 있는 비결로는 유일한 박사의 '좋은 기업가가 되자'는 정신이 회사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유한양행에는 흔히 말하는 오너는 없지만 실은 '유일한'이라는 정신적 오너가 있는 셈"이라며 "유일한 창업주가 남긴 유훈이 업무에서 지침으로 작용하면서  혼선이 빚어지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너 체제' 셀트리온은 이미 대기업집단 진입..."다시 한번 혁신해야"


유한양행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마냥 우월하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유한양행의 피어그룹(peer group·비교그룹)을 바이오(bio)로까지 넓여보면 셀트리온(회장 서정진)이 있다. 셀트리온의 설립연도(2002년)는 유한양행보다 76년 늦지만 공정위 발표 공시대상기업집단(32위)에 이미 올라있고 그룹 전체 매출액은 3조874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2026년까지 매출액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셀트리온은 이미 도달한 셈이다. 역시 '오너 체제'가 기업 성장에 효과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No"라고 답하기 위해서는 유한양행이 다시 한번 혁신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한양행의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약품사업부문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약품사업부문 매출액은 1조3609억원으로 지난 2021년(1조1797억원)대비 15.36%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 비중에서도 지난 2021년 72.87%에서 지난해 76.63%로 확대됐다. 약품사업부문은 유한양행의 주력 부문이며 해마다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유한양행 매출액 추이. [자료=유한양행 사업보고서]

유한양행측은 “올해 창립 97주년을 맞이한 유한양행은 오너십이 없는 전문경영체제라는 타 제약사와의 차별화된 장점이 있다”며 "전문경영인체제에서는 뛰어난 경영 역량을 갖춘 이를 선임해 회사를 운영함으로써 기업의 실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전문경영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객관적 견제 장치가 갖춰지게 되고 기업 구조가 투명해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예상 실적과 관련, "공시 관련 사항이어서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kis704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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