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애널리스트가 발표하는 산업이나 기업분석 보고서의 정확성이나 효용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양하다. 개인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자신의 투자에 도움이 되면 가치가 있는 것이요, 자신의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가치가 없을 터이다.
필자는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이고 핵심적인 투자 판단의 참고 자료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보고서의 효용을 그렇게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애널리스트는 직업상 자신이 담당하는 산업과 기업의 종사자들과 교류하며 해당 산업과 기업의 상황을 가장 빨리, 그리고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지위에 있다. 그들의 고객은 일반 투자자가 아니고 대규모 거래를 담당하는 펀드매니저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일일이 기업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참고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업무행태는 금융산업의 성격에 기인하여 발전된 일종의 특유한 분업 구조로 생각된다.
보고서를 읽는 펀드매니저들은 이른바 진검승부인 피 말리는 투자수익률 경쟁에 노출되어 있고, 자신의 투자수익률에 가족의 생계와 고객의 소중한 재산이 걸려 있다. 애널리스트는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보고서를 읽고 마음이 동하여 자신의 소속 증권회사에서 큰돈을 거래하게 해야 한다. 애널리스트의 높은 연봉과 보너스는 주로 소속 증권사에서 행해지는 펀드매니저들의 주식 매수 매도로부터 연간 벌어들인 주식 매매 수수료에서 나온다.
보고서가 엉터리이면 그날로 문닫고 폐업해야 할 것이다. 경쟁 증권사들의 실력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사운을 걸고 동일한 산업이나 기업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서 펀드매니저에게 보내서 자신의 소속 증권사에서 거래하도록 유혹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이 하는 일의 결과에는 질적 차이가 있다. 질이 낮은 보고서로 대규모 자금을 자신이 소속한 증권회사로 유치하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보고서의 질을 대체로 믿고 있다.
기업을 분석하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로 해보면 쉬운 것이 아니다. 해당 기업이나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가 자신이 한 시원찮은 기업분석을 믿고 수억 원 또는 수십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무모하거나 어리석은 행위가 될 수 있다.
이것을 피하기 위하여, 만약에 개인 투자자가 애널리스트를 고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산업이나 기업분석 보고서를 쓰게 하려면 대략 몇 명을 고용해서 연봉을 얼마나 주어야 할까?
베스트 애널리스트 폴(Best Analysist Poll)에서 구분하는 애널리스트의 분류는 2011년 즈음에는 대략 33개 정도였지만, 2022년 7월에는 대략 37개 정도로 증가하였다. 이 분류에는 산업이나 기업분석과 직접 관련이 없는 영역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버핏연구소 이민주 소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산업분야를 10가지 섹트로 분류해서 소개하고 있다.
대략 애널리스트 한 사람이 2개의 업종을 담당하도록 하여, 5명 정도를 고용하면 개인 투자자는 자신이 원하는 기업을 분석하고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업계에서 애널리스트 1명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나라마다 다르다. 2021년 골드만삭스의 1년차 애널리스트들의 기본 연봉이 보너스를 제외하고 11만달러(약 1억2700만 원)이고, 2년차는 12만5000달러(약 1억4400만 원)를 받는다는 뉴스가 있었다.
한국의 경우에 2019년 뉴스에 의하면, '잘나가는' 시니어급 애널리스트 연봉이 약 2억~3억 원 정도다. 경력이 짧은 애널리스트 연봉은 평균 7000만~8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또 2022년 7월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시니어 애널리스트도 1억5000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데, 과거에는 애널리스트 연봉이 5억~6억 원대였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는 뉴스도 있었다. 하지만 이 뉴스는 2011년 즈음에 애널리스트 경력 6~8년차에 연봉 1억 원에 도달하고 30대 후반~40대 중반 톱클래스들의 연봉이 2억~3억 원대라는 기록과는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난다.
애널리스트의 연봉이 이렇게 들쑥날쑥하게 소개되는 이유는 애널리스트가 전문 계약직이고 연봉이 당시의 시장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대체로 고액연봉자의 경우에는 연봉 액수 자체가 업무상 기업비밀에 속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를 밖으로 얘기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개인 투자자가 투자를 위한 기업분석을 위하여 애널리스트를 고용한다면 1~2년차 애널리스트는 위태롭고, 시니어 정도는 되어야 안심하고 기업분석을 맡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2억 원 정도의 연봉을 지불해야 하는데, 5명을 고용하면 보너스 외에 매년 10억 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눈높이가 더 높아 더 질 좋은 보고서를 원하는 개인 투자자는 더 많은 연봉과 보너스를 준비해야 성이 찰 것이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가 관심 기업에 대하여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참고하여 기업분석을 하면 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최소한 대략 1년에 10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가치를 잘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꼼꼼하게 기업분석을 해서 주식 투자를 하는 개인 투자자도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세상이란 원래 혼돈 속에서 돌아가는 것이지만,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대한 평가라고 예외는 아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정확성이나 효용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환경이 만만치 않다.
역발상 투자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데이비드 드레먼(David Dreman)은 실제로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부분적으로는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식시장은 주요 전문가들이 실수를 저지르기에 적합한 최고의 장소다. 이 실수로 많은 투자자들이 큰 재산을 잃는다.”라고 밉지 않게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취약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또 그의 역작 《데이비드 드레먼의 역발상 투자》 (Contrarian Investment Strategies: The Next Generation)에서 제2부의 소제목을 재미 있게도 “우리의 재산을 날리는 전문가의 기법”으로 달아 놓고 애널리스트의 예측이 틀리기 쉽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정확성이나 효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부정적 견해들이 존재하지만, 필자는 수준 있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언제나 높게 평가한다.
이것은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읽는 관점이 그들과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예상치 정확성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그다지 지혜로운 것이 아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 진실로 찾아야 하는 것은 예상치의 정확성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이익의 질과 비즈니스 모델의 질이다. 이것이 기업의 미래 실적을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가를 기업 미래실적의 종속변수로 이해하고 있는 필자는 기업의 미래실적을 예측하기 위하여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기업에서 발간하는 사업보고서 및 시계열 데이터와 함께 살펴본다. 어쩌다 보고서 속에서 기업의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나 이익의 질 또는 그 지속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한 경우에는 세상이 돌아가는 새로운 비밀을 하나 찾은 것처럼 기뻐하게 된다.
보고서의 생산과 유통 과정이 일반 대중을 쉽게 기만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만 늘 유의하면,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지식과 경험의 한계를 보충해주는 고마운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간혹 치열하게 일하는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이 참 멋져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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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2년 12월 04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원문에는 각주가 부기되어 있으며, 각주에서 인용자료의 출처와 추가적인 보충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