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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 '3년치 수주잔고'...무슨 일 벌어지고 있나

- 3Q 흑자전환 예상... 지난해 조(兆) 단위 적자

  • 기사등록 2022-09-17 15: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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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상혁 기자]

“계약 취소해주시면 오히려 감사드립니다”


요즘 조선사 계약담당자는 수주가 밀려들다 보니 계약이 취소되면 오히려 이처럼 "감사하다"고 말하고 있다. 요즘 조선업 업황이 어느 정도인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메이저 조선사의 한 관계자는 "계약이 취소되면 오히려 더 비싼 가격에 새로 계약하고 싶다는 선주가 줄 서 있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는 한국조선해양(회장 권오갑)이 주목받고 있다. 


◆3Q 영업흑자전환 전망... 헤비테일 방식으로 나중에 수익성 개선


증권가는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3분기에 영업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기업분할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에서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의 조선사업부문에 대한 중간지주사가 됐다. 종속회사들이 조선업 업황 악화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매출액 15조4934억원, 영업손실 1조3848억원, 당기순손실 1조1412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주가도 하락해 17일 현재 8만4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2022년 3월 기준. [자료=한국기업평가]

그렇지만 조선업 수퍼 사이클이 진행되던 2011년 한국조선해양(당시 회사명 현대중공업) 주가는 50만원을 찍기도 했다.  


한국조선해양 주가 추이. [이미지=네이버증권]

올해 3분기 한국조선해양의 컨센서스(시장기대치)를 살펴보면 매출액 4조5750억원, 영업이익 900억원, 당기순이익 870억원이다. 영업이익률(OPM) 1.97%로 낮은 한자리수이지만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헤비테일(Heavy-tail) 지급방식의 계약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헤비테일 방식이란 조선사가 선주로부터 대금을 계약→스틸 커팅(steel cutting)→탑재→진수→인도의 5단계로 나눠 받는데, 초기에 적게 받고 마지막 인도 단계에서 대부분을 받는 방식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에 선사들이 선박 수주를 늦췄고 원자재의 가격인상 여파로 올해까지도 좋지 않은 실적을 보였다. 헤비테일 방식의 수익인식 방법의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한국조선해양의 내년 연간 예상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21조9403억원, 영업이익 9622억원, 당기순이익 8968억 수준이다. 영업이익률도 4.38%로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이하 K-IFRS 연결기준) 

 

한국조선해양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3년치’ 수주잔고…호황과 불황 극단적으로 오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LNG(액화천연가스)선이 국내 조선업의 호황을 이끌고 있다. 조선업 업황을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로는 수주잔고(order baglog)가 있는데, 3년치가 쌓이면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한국조선해양은 3년치의 수주잔고를 확보했다”며 “2020년에 비해 LNG선을 기준으로 선가가 대폭 올라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벌크선, 자동차 운반선, 컨테이너 선 등은 어려운 기술이 필요 없어 국내 조선사와 중국의 조선사가 경쟁을 통해 수주를 따낸다. 그렇지만 LNG선, 유조선과 같은 고급 기술이 필요한 선박 부문에서는 국내 조선사가 인정받고 있다. 클락슨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한국은 LNG선에서 글로벌 발주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달초 3917억원 규모의 대형 LPG운반선 3척을 수주 받기도 했다.


조선업은 7~9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극단으로 오가는 대표적 사이클 산업이다. 이는 조선업이 수주 산업이라는 특성에서 기인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선박 계약에서 인도까지 2~3년이 걸리다 보니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해 호황과 불황이 오가는 것이다. 


호황과 불황을 잘 맞추면 일확천금을 쥐기도 한다.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틀 오나시스(1906~1975)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는 불황기에 선박을 매입했다가 호황기에 매각해 세계적 부호에 올랐다. 천문학적 부를 바탕으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부인 재클린 캐네디와 결혼했다. 


조선, 해운업의 생태계. [이미지=더밸류뉴스]

조선업 슈퍼 사이클이 시작됐느냐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조선업 업황 회복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현대중공업 주가는 16만1500원(4월 20일)을 찍기도 했지만 현재는 12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현대家’ 정기선 대표, 차기 총수 유력


한국조선해양을 이끌고 있는 정기선 대표이사는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총수 장남으로 현재 HD현대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연세대 경제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연세대 재학 시절 ROTC(학생군사교육단) 소위로 임관해 중위로 병역을 마쳤다.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가 지난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열린 'CES 2022'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크레디트스위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하다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복귀해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재벌 3세이면서 대인관계에 적극적이고 겸손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동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조선해양은 조선해양 분야의 환경규제와 기술적 변화가 빨라지며 장기적으로 다양한 사업분야에 진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orca@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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