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대표이사 오승원)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G손해보험은 금융위원회에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했지만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는 이를 불승인했다. 이로써 조만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경영개선계획안을 불승인한 것은 지난 2014년 증권사 한맥투자증권 회생안을 불승인한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MG손해보험이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위, MG손해보험 경영개선계획안 불승인
금융위의 불승인은 MG손해보험이 만성적인 경영난으로 이미 자본잠식상태에 들어가 있는데다 대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대표이사 이종철)가 유상증자 등 적기 시정조치(경영 개선명령)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MG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RBC)이 100%를 밑돌자 7월 적기 시정조치를 내렸다. 그럼에도 JC파트너스측이 자구안(1500억원 유상증자)도 이행하지 못하자 금융위는 지난 1월 MG손해보험에 경영개선명령을 내렸다. 2월 말까지 유상증자, 후순위채 발행 등을 결의하고, 3월 25일까지 자본 확충 계획을 완료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MG손해보험이 내놓은 새 경영개선계획의 골자는 이달 말까지 유상증자로 360억원을 마련하고, 오는 6월까지 900억원을 추가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금융위가 기존에 정해놓은 기한보다 3개월 정도 늘려 달라는 것이다. MG손해보험은 유상증자 주금 360억원 납입 시한을 지난달 30일로 정했으나 이 또한 200억원을 마련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지난달 말 MG손해보험의 경영개선계획에 ‘불승인’을 결정한 것이다.
만일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MG손해보험 대주주인 JC파트너스(대표이사 이종철)의 경영권이 박탈되고 재매각 등의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
◆7분기 연속 적자... 지난해 말 RBC 100% 밑돌아(88%)
MG손해보험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6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순손실 규모가 388억원 줄었다. 손해율은 2020년 90.18%에서 지난해 89.68%로 0.5%포인트 개선됐다. 사업비율은 29.11%에서 27.11%로 하락했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은 작년 말 기준 88.28%로, 1년 전보다 40.10%포인트 하락했다. 보험법령의 RBC비율 기준은 100%이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한다.
MG손해보험의 만성적자는 '현재진행형'이다. MG손해보험은 지난 4분기 기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 영업수익(매출액) 1조6514억원, 영업손실 1158억원, 당기손손실 1008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대체투자 손실 여파 역시 지속되고 있다. 수익성을 뒷받침하는 투자영업 부문도 취약하며 보험사의 자산운용 능력을 보여주는 운용자산이익률 또한 2019년 5.43%에서 지난해 9월 말 2.40%로 하락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MG손해보험이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타사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보험상품을 많이 팔았고 그 탓에 장기적으로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악순환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새마을금고와 우리은행 등 JC파트너스에 자금을 댄 주요 재무적투자자(LP)들은 추가적인 자금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G손보는 2018년 RBC가 100%를 밑돌았을 당시 1000억원을 지원받았다. 새마을금고가 300억와 우리은행200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대주주 JC파트너스, KDB생명 인수도 차질
MG손해보험의 경영개선계획이 불승인을 받으면서 JC파트너스의 KDB생명 인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초 사모펀드 JC파트너스와 KDB생명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이는 법원이 KDB생명의 주요 주주인 칸서스자산운용의 주식매매계약 이행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같은 날 금융위원회가 JC파트너스가 인수한 MG손해보험의 경영개선계획을 승인하지 않은 것이다.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한데 금융당국이 JC파트너스의 자금조달 능력에 의구심을 갖고 MG손해보험의 경영개선 상황과 연계해 KDB생명 심사를 늦추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MG손해보험의 사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규모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체질 개선이 이뤄지기는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마땅한 투자자가 없다는 점이다. 실질적 대주주인 새마을금고중앙회나 이전에 자금을 투입했던 우리은행 역시 추가 출자에는 선을 그은 상태다.
JC파트너스는 2018년 7월 설립됐고 이종철 대표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사모펀드(PEF)다. 이종철 대표는 일본 오릭스그룹의 프라이빗에쿼티(PE)코리아 출신 인물로, 이곳에 15년간 몸담으며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지분 14% 인수(2002년), 푸른2저축은행(현 OSB저축은행) 1322억원 투자(2010년) 등의 경력을 쌓았다. 당시 이종철 대표가 이끌었던 투자팀은 15년간 연평균 36%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렇지만 이번 금융위 불승인으로 도전을 맞게 됐다. JC파트너스는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KDB생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조속히 인수자가 결정돼야 한다. JC파트너스가 최선의 대안이다”라고 밝혔지만 불승인 결정을 막지는 못했다.
MG손해보험의 전신은 그린손해보험으로 당시 오너 이영두 회장은 그린손해보험을 '투자 대가' 워렌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 방식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주사이며 주력 계열사는 가이코(Geico), 제너럴리, 앨러게니를 비롯한 보험사이다. MG손해보험은 1947년 대한화재 창업주 하원준이 국제손해재보험으로 설립했고 이후 회사이름을 국제손해재보험→국제화재해상보험→그린화재해상보험→그린손해보험을 거쳐 2013년 MG손해보험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