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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지윤 기자]

오스템임플란트, 신라젠이 주식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로 자진해서 주식시장에서 나가겠다고 나선 기업이 있다. 기업공개(IPO) 6년만에 상장폐지를 결정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가 주인공이다. 대다수 기업들은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못해 안달인데 맘스터치가 자진 상폐를 결정한 배경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텍스트, 실내, 천장, 바닥이(가) 표시된 사진

자동 생성된 설명맘스터치 매장에서 고객들이 식사하고 있다. [사진=맘스터치]

◆최대주주 에프앤비홀딩스 “상장 주식 95% 이상 확보할 것”


맘스터치의 최대주주 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지난 20일 "유통 중인 주식 전부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맘스터치의 지분은 한국에프엔비홀딩스가 68716080주(67.49%), 맘스터치가17014279주(16.71%)를 보유하고 있다. 총 8573359주로 전체 주식의 84.20%다. 여기에 잔여지분 15.80%를 인수해 100%를 취득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주주가 상장 주식의 95% 이상을 확보하게 되면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매수 기간은 다음 달 15일까지다. 매수 가격은 6200원으로 책정됐다. 자진 상장폐지 발표 당시 맘스터치의 주가(5200원)보다 약 20% 높은 셈이다. 맘스터치의 주가는 장중 사상 최고가인 6140원을 찍기도 했다.


맘스터치의 상폐 결정은 흔치 않다. 지난 10년 동안 상장사 가운데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한 종목은 단 9개다. 한국유리공업, 태림페이퍼, 경남에너지, SBI모기지, JS전선 등 대부분이 상장폐지 결정 직후 주가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코스닥시장에서 맘스터치는 지난 20일 6천130원으로 17.88% 뛰었다. 장중 614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새로 달성했다. 공개 매수 결정에 기관투자가들이 단기 투자에 나서 주가를 올렸다. 공개 매수 가격은 주당 6천200원이다. 맘스터치와 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수수 주주 지분 100%를 회수해 상장 폐지를 신청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잔여 주식 전부를 취득하고, 관련 법령 등을 충족하면 자발적 상장폐지를 신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맘스터치는 2016년 직접 상장하지 않고 스팩 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번에 상장 폐지에 성공하면 6년 만에 비상장사로 돌아간다. 최대주주는 2020년 2월 한국에프앤비홀딩스로 바뀌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의사 결정의 유연성과 신속성을 확보해 경쟁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며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상장폐지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시 의무 피하려는 것…갑질 논란 불식해야.”


그러나 일각에서는 "맘스터치가 공시 의무를 피하려고 내린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자진 상장 폐지 결정이 주주들과 가맹점주의 관심과 개입, 투명한 경영 정보 공개 의무를 피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향후 맘스터치를 매각하는 과정에서의 잡음을 막기 위한 방법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근 맘스터치는 가맹점 갑질 논란에 휩싸여 불매 운동까지 일어났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초 가맹점주들이 일방적인 원재료 가격 인상 등에 반발해 가맹점주협의회를 구성하려고 하자 이를 주도한 상도역점장에게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등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쟁거래위원회는 가맹점주들의 단체를 만드는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 맘스터치를 현장 조사하고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맘스터치의 대주주인 한국에프앤비홀딩스가 맘스터치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업계에서는 공개된 실적을 근거로 제기하는 가맹점주들의 가격인상 반대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맘스터치가 상장폐지를 마치면 회계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사라져 점주들 입장에서 회사의 이익이 점주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맘스터치 측은 점주 의견을 수렴해 상장폐지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최근 회사가 예전보다 많은 외부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점주님들이 많았다"며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점주들의 이익을 보전하려는 차원에서 논의 후 상장폐지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맘스터치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상장을 통해 회사 규모를 키우고 자금을 조달하는 선택을 취할 것"이라며 "상장폐지로 얻을 수 있는 다른 이익이 있기에 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구 맘스터치 가맹점주협의회장은 23일 "맘스터치가 비상장회사로 전환하면 회계 투명성이 사라진다"며 상장폐지시 점주들의 권익보호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맘스터치, 자진 상폐 어려울 수도…소액투자자, 국민연금에 불똥 우려


맘스터치가 자진 상장폐지를 선언하고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선 가운데 맘스터치가 원하는 대로 증시 자진 퇴출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공개 매수는 기업의 경영권 및 지배권 강화를 위해 매수 희망자가 매수 기간, 가격, 수량 등을 제시하고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사들이는 절차다. 그러나 참여가 저조할 경우 공개 매수가 취소되어 자진 상장 폐지가 어려울 수 있고, 추종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회사가 성공적으로 주식을 다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불확실성이 크다"며 "단기적인 가격 급등락으로 충분한 주식을 사들이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는 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KL&파트너스(케이엘앤파트너스)가 맘스터치의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최대 출자자로 참여한 국민연금공단에까지 불똥이 튈지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 산하 수탁자책임위원회(수탁위)는 주주환원 정책 강화 선봉장으로 불리는데 상장폐지는 주주권 보호를 두고 소액 주주들과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맘스터치에 최대 출자자로 참여한 국민연금 입장에서 특히 이번 상장폐지 결정이 더욱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KL&파트너스가 2019년 12월 맘스터치 지분 약 56.8%를 총 1937억원에 매입할 당시 약 40%에 가까운 금액인 700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비교적 신생 운용사였던 케이엘앤파트너스의 프로젝트 펀드에 출자자로 참여해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jiyoun6024@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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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1-24 18: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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