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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초코파이' 만들다 '바이오 플랫폼' 사업 나섰다. 왜?

- 중국 현지 인프라 활용 '국내 바이오 기업' 중국 진출 지원

- 그룹 매출액 98% 제과 부문…미래 먹거리 다각화 전략

  • 기사등록 2021-11-29 08: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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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문성준 기자]

'한국 기업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국 시장을 평정한 한국 기업. 10%도 어렵다는 영업이익률을 20% 가까이 끌어 올린 제조 기업. 그러면서도 제품 가격을 8년째 동결한 제과 회사. 


한국 비즈니스의 역사에서 다양한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초코파이' 오리온(회장 담철곤)이 또 다른 진기록 도전에 나서고 있다. 성장 가능성 높은 한국 바이오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바이오 플랫폼' 비즈니스에 나선 것이다. 오리온이 20여 년에 걸쳐 확보한 중국 시장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활용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중국 제약사 루캉과 합자법인 설립… 국내 바이오 기업 중국 진출 지원


오리온그룹은 지난해 10월 중국 국영 제약기업 루캉과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합자계약을 체결했다. 오리온홀딩스와 루캉은 각각 65%, 35% 씩 지분을 투자하고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기술개발유한공사’라는 합자법인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올해 2월 중국 당국의 합자법인 설립 최종 승인을 받으면서 바이오 사업 진출이 본격화됐다. 루캉은 중국 국영 제약기업으로  항생제 생산량 기준으로 중국 시장에서 '빅4'에 속하고, 의약품과 중간체 등 500여개의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1966년 설립됐고 산둥성에 본사를 두고 있다. 


허인철(왼쪽)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펑신(彭新) 산동루캉의약 동사장(董事长)과 온라인 합자계약 체결식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오리온] 

오리온홀딩스는 국내 우수 바이오 기업을 발굴하고 중국 진출을 위한 파트너 역할을 담당한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약을 중국 임상 실험에서 통과시켜 중국 시장에서 성공시킨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초부터 '한·중 제약·바이오 발전 포럼'을 열어 국내 우수 바이오 기업을 발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해당 포럼에서 수출 대상으로 선정한 기술에 대해서 합자법인을 통해 중국 내 임상과 인·허가를 추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국 기업과 중국 시장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비즈니스이며 , 이는 국내에 다소 생소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오리온과 루캉이 서로 잘할 수 있는 임무를 분담하는 것이 이러한 플랫폼 구축의 ‘키 포인트’다. 오리온은 국내 바이오벤처의 우수한 기술력을 중국 시장에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루캉은 이를 위해 필요한 중국 현지에서의 임상 시험과 인허가, 생산∙판매 등 일련의 과정을 맡는다. 


오리온그룹의 중국 바이오 사업 주요 현황. [이미지=더밸류뉴스]

현재 오리온그룹이 선택한 아이템은 중증질환 및 전염성 질환을 조기 발견하는 ‘진단 키트’이며,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큐라티스, 수젠텍, 지노믹트리의 3곳을 지원하고 있다. 오리온은 향후 해당 키트의 중국 내 인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일단 플랫폼 사업으로 빠르게 바이오 사업역량을 키운 이후 장기적으로 합성의약품, 신약개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간다는 전략이다.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11월 초 중국 내 암 체외진단 제품 양산을 위한 현지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중국 바이오 시장은 2013년 약 3조원 규모에서 2017년 약 10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에 기인한다. 


그렇지만 중국 시장은 만만하지 않다. 중국 특유의 꽌시(關係) 문화, 바이오 시장 경쟁 심화로 많은 기업들이 이미 실패를 겪었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도 지난 3월 중국 내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현지 기업에 매각하고 철수했다. 


소규모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중국 네트워크나 인프라의 부족으로 시장 진입과 임상 단계를 거치기가 어려운 만큼 그 중간 역할을 오리온그룹이 수행해 기술 수출을 한다는 것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아직 사업 준비하는 단계이지만 상대적으로 빠른 기간 안에 바이오 사업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식품과 바이오를 아우르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매출액 98%가 제과…바이오 사업으로 다각화·시너지↑


이번 바이오 플랫폼 사업의 배경에는 오리온이 20여년에 걸쳐 쌓아온 중국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있다. 오리온은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3년 무렵 베이징 사무소를 개설하며 빠르게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1997년 허베이 랑팡 생산공장을 시작으로 상하이, 광저우, 셴양에 현지 생산시설을 가동하며 규모를 넓혔다. 2013년 중국 법인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7년 사드 이슈에도 제품의 재고일수를 낮춰 신선도를 높이고 사내 물류부문을 신설하는 등 업무효율성 개선에 집중했다. 20년 넘게 중국 현지 사업을 진행해 온만큼 현지 협력과 네트워크 부분에서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오리온그룹이 이번 바이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미래 먹거리 사업 찾기’의 일환이다. 현재 오리온그룹의 매출액 중 98%가 제과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쇼박스 등 영상사업 부문이 매출액 349억원을 기록하고 있지만 전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제과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선호가 강하게 반영되는 특성상 판관비가 높아 타 사업군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 오리온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은 10.97%로 식음료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국내 30대 식음료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로 식품 비즈니스가 성숙기에 다다른 만큼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산업을 점 찍은 것이다. 화이트 바이오(친환경)와 그린 바이오(식품)는 식품사업과의 연관성도 있어 시너지도 기대된다. 


식음료 기업 2021년 2분기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버핏연구소]

◆담철곤 회장, 변화 속 ’트렌드' 읽어내 


오리온그룹의 바이오 전략은 담철곤 회장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 회장은 글로벌 사업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오리온을 가능케 한 중국 시장 성공을 담 회장이 주도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세계 2위 인구 대국' 인도 시장에도 진출하며 글로벌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인도는 중국, 베트남, 러시아에 이은 10번째 해외 생산 기지이다. 변화속에서 트렌드를 읽을 줄 알고 결단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 [사진=오리온]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은 이양구(1916~1989) 동양그룹 창업주의 차녀이다. 동양그룹에서 동양제과를 계열분리해 오리온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1990년부터 회장을 맡아 오리온을 종학식품기업으로 키웠다. 


오리온홀딩스 연결기준 분기별 실적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오리온의 올해 1~3분기(1~9월) 매출액은 1조729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6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711억원으로 국내 가격 동결 등의 영향으로 전년동기대비 6.83% 감소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전까지 오리온 해외매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 법인에서 이뤄졌으나 현재는 러시아, 베트남 등 해외 법인의 실적 상승에 따라 중국 법인 비중이 전보다는 낮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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