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률 5% 한도, 1차례(2년) 계약갱신 요구권’을 핵심으로 하는 임대차 3법(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오늘(31일) 시행 1년을 맞으면서 이 법의 효용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 이뤄지고 주택 전·월세 가격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세입자의 거주 기간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는 의견도 있다.
◆시행 1년, 전국 아파트 전세가 급등
임대차법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로 전·월세 신고제는 전·월세 계약 시 보증금, 임대료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둘째로 계약 갱신 청구권제는 세입자가 원한다면 전·월세 계약을 한 차례 연장해주는 제도다. 2년이 지나도 세입자가 원한다면 2년 더 살 수 있게 보장해준다고 이해하면 쉽다. 셋째로 전·월세 상한제는 전·월세 임대료 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지난해 이맘때 임대차법 시행 당시 기대가 적지 않았다. 세입자가 원한다면 2년 더 거주할 수 있고, 임대료 인상률이 5%로 제한된다는 내용은 전·월세 관행의 핵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개정된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1년째, 이 법은 예상치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전국 아파트 전세값이 급등한 것이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주요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은 전국(12.84%), 서울(17.97%), 세종(27.13%), 경기(16.47%)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전세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보장하고 전세값 인상폭을 제한하자 아파트 전세값이 꿈틀거린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더밸류뉴스와의 통화에서 “계약 갱신을 통해 혜택을 누린 기존 세입자의 경우 주거 안정이 이뤄졌지만, 전반적으로 전세 유통 물량이 줄어들고 가격도 올라 신규세입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임대차법 시행 후 재계약이 크게 늘면서 시장에서 나오는 전세매물이 줄어든 데다 임대차계약도 전세가 월세로 바뀌고 있어 전세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집주인 전세 안 내놓는다... 임대인 임차인 갈등UP
임대차 3법이 시행된 날인 작년 7월 30일부터 올해 7월 30일까지 전세 매물은 글자 그대로 '반 토막'이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의하면 올해 7월 30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2만269건이다. 지난해 3만8873건에서 48% 감소했다.
전세 매물이 감소한 대신에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은 크게 증가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의하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임대차 계약 종료·갱신 관련 분쟁 건수는 임대차법 시행 전 월평균 2건(작년 1∼7월)에서 법 시행 후 22건(지난해 8월∼올해 6월)으로 10배가 됐다. 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기간 관련 분쟁 조정 신청 건수도 25건(2019년 7월~작년 6월)에서 273건(지난해 8월∼올해 6월)으로 크케 증가했다. 이같은 결과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대차법 시행 이후 거주 조건에 합의하기가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주거 안정 효과도... 임차인 주거기간 3년6개월→5년
임대차법이 부작용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이 법이 임차인의 주거 기간을 늘렸다는 결과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100대 아파트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갱신율이 임대차 3법 시행 전인 2019년 1월부터 2020년 8월까지 평균 57.2%에서 지난 5월엔 77.7%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갱신율 증가에 따라 임차인의 평균 거주기간이 임대차 3법 시행 전인 3년 6개월에서 시행 후 5년으로 늘어 주거 안정성이 제고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입자 입장에서 4년은 마음 놓고 전세를 살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임대차법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현 상황에선 임대차법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특별한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그렇다고 임대차법을 폐지하라는 주장은 대안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더밸류뉴스와의 통화에서 "임대차법을 시행 전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위원은 “전세값이 안정적이거나 하락세일 때 임대차법을 제정하면 괜찮지만 전세값 상승세에서 '2+2'(거주 2+2년 보장)가 시행되니 시장에 강한 자극이 갔다”며 “가능하다면 폐지하되 이미 계약한 세입자들만 제외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