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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서울시 공원화 계획에 매각 예비 입찰 흥행 실패

- 전일 예비입찰에 응찰자 없어

- 대한항공노조 기자회견하며 반발

  • 기사등록 2020-06-11 16: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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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 입찰이 응찰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아 흥행에 실패했다.


11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전일 오후 5시 마감이었던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입찰 의향서(LOI) 제출 기간에 어떤 매수자도 나오지 않았다. 당초 송현동 부지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흥행 실패가 업계에서는 개발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에 대한 수의계약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공개매각 절차가 무산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앞서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잠재 인수 후보도 15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서울시가 문화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투자방침을 철회했다는 것이다.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더밸류뉴스(서울시 제공)]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인사동, 광화문광장 등과 인접해 있다. 해당 부지는 일본과 미국이 차례로 소유권을 보유했으나 1997년 우리나라로 반환됐다. 이후 2008년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해 한옥호텔 사업 등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부지매각을 검토하면서 시가 매입을 추진했다.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 인근이라는 특성 상 건축물 높이는 12m 이하로 제한된다. 아울러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은 100~200%에 불과하고 각종 규제에 묶여 인·허가권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매입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5월 27일 서울시는 올해 제7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한 결과 공원 조성 찬성 입장을 받았다. 이후 6월 4일 북촌지구단위계획 구역 내 특별계획구역인 송현동 48-9번지 일대를 특별계획구역에서 폐지하고 문화공원으로 결정하기 위한 도시관리계획 결정 변경안에 대한 열람공고를 냈다.


다음날인 5일 서울시는 '북촌지구단위 계획 결정 변경안'을 공고했다. 이 변경안에는 대한항공이 보유한 3만6642㎡ 규모의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별계획구역 폐지, 문화공원 결정 등과 함께 재원조달계획도 포함돼 있다. 시는 대한항공 소유인 이 부지를 매입해 문화공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시는 부지 매입 보상비를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지급하는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부지에 대한 보상비로 4670억원을 제시했다. 감정평가를 통해 내년 토지보상비의 10%를 계약금(약 467억원)으로 먼저 지급한 뒤 나머지 잔금(4204억원)을 2022년에 지급할 예정이다. 공원 조성비 등 부대 비용을 포함한 전체 예산은 5357억원 규모다.


다만 이 보상비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임시가격이다. 향후 실제 매입이 이뤄질 경우 감정평가업체 2곳에 의뢰해 정확한 매입가격이 결정된다. 시는 열람공고 이후 7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통해 올해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개발 인·허가권을 지닌 서울시가 공원계획을 밝히면서 부지매입에 따른 효용이 없다는 판단으로 잠재적 매수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재입찰을 추진해도 다시 유찰될 가능성이 높아 공개매각 무산이 유력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에 해당 부지는 수의계약을 요구하고 있는 서울시가 매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포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연내 부지 매각을 목표로 잡은 대한항공의 입장에서는 현금 확보 계획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최근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았다. 아울러 특별약정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간 대한항공은 적절한 절차에 따라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공개 매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날 오전 10시 30분 대한항공노동조합은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입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한항공 노조는 객실승무원, 정비, 일반직 등 1만2000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사내 최대규모 노조다. 


이들은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저평가 매입은 대한항공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초래한다”며 "10년 간 남겨져 있는 땅을 박원순 시장 임기 말기에 갑자기 공원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박 시장의 정치적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세준 대한항공 노조 본사지부장은 모두 발언에서 “송현동 부지매각은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용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서울시는 약 7000억에 이르는 땅을 헐값에 수의계약으로 매입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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