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아 유통성 위기에 처한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이에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대한항공은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약 1조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과 함께 총 2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13일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서울 서소문 사옥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유상증자 방안을 의결했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나선 건 2017년 4500억원 이후 3년 만이다. 특히 조 단위의 유상증자는 사상 처음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우선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는 7936만5079주이며 예상 주당 발행가격은 1만2600원이다. 이에 대한항공의 전체 발행 주식은 기존 9595만5428주에서 1억7532만507주로 늘어난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6월 8일, 최종 발행가액은 오는 7월 6일 확정 예정, 신주 상장은 7월 29일에 이뤄질 계획이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의 대주주인 한진칼도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지분율에 따라 약 3000억원을 조달할 전망이다. 한진칼은 현재 대한항공의 지분을 보통주 기준 29.96%, 우선주 포함 29.62%를 보유 중이다.
다만 지난해 연결 기준 한진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412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추가 자금을 확보하려면 유상증자, 지분∙부동산 담보 대출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한진칼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3000억원을 조달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신주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기로 하면서 2400억원 정도만 마련되면 유상증자 참여가 가능하다.
자금 확보 방안은 향후 다시 별도 이사회를 열어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칼 자체 유상증자와 담보 대출 중에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유상증자보다는 대출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날 대한항공의 이사회에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지원받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차입 실행 방안도 논의됐다. 항공화물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7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과 주식전환권이 있는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권 발행 등이 결의됐다.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4월 24일 대한항공에 운영자금 2000억원 지원, 화물 운송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인수, 전환권 있는 영구채 3000억원 인수 등을 통해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대한항공 등 항공업은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 하늘길이 막혀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장기화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이태원 클럽발 2차 유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여객 수요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와 같은 시황이 장기화될 경우 가장 중요한 투자 포인트였던 과도한 레버리지 구조 개선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시장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거나 대한항공의 비핵심 사업 및 자산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 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