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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기업 내부거래 감소, 규제망 빠져나간 탓...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해야"

- 정부,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상정...대기업,"경제환경 변화 고려안해" 반발

  • 기사등록 2020-06-11 03: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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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조창용 기자]

정부가 20대 국회에서 좌절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을 21대 국회에서 그대로 재추진한다. 담합 사건에 대한 전속고발제 폐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가 핵심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 내부거래가 준 것은 내부거래가 많은 기업들이 규제망에서 빠져나간 탓이 보다 크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기업 옥죄기’라는 반발도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차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 참석한 김상조(왼쪽) 정책실장, 조성욱(오른쪽)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회의를 진행하고있다. [사진=더밸류뉴스(MBC캡처)]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11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는 20대 국회에서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절차법제 등 일부만 통과되고 대부분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국회서 처리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을 이번 개정안에 그대로 다시 담았다. '재벌저격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전 공정위원장)의 기조를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이어가는 셈이다.


가격·입찰 담합 등 경성카르텔 사건에 대해 전속고발제(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를 없앤다. 해당 사건은 검찰이 직접 수사·기소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다만 이에 따른 검찰·공정위의 중복·과잉 조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은 상장·비상장 여부과 관계없이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인 경우로 통일한다. 현재는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로 이원화돼 있다. 해당 기업이 지분을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 회사는 종전 210개에서 591개로 확대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소속 공익법인의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한다.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신규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강화(상장사 20%→30%, 비상장사 40%→50%)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총수는 국내 계열사에 출자한 해외계열사의 주식소유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인 경우로 정한다.


이런 내용의 개정은 기업에 21대 국회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20대 국회에서는 야당과 재계 반발 때문에 별다른 논의를 거치지 못하고 개정이 무산됐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경제상황이 안 좋아져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입법은 국회의 권한인 만큼 정부 입장을 여야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유망 벤처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한 벤처지주회사 개정안도 그대로 추진된다. 벤처지주회사 설립요건(자산규모 5000억→300억)을 완화하고, 자회사의 대기업집단 편입 유예기간(7→10년)을 확대하면서 대기업이 벤처회사를 샀을 때 적용되는 규제 부담을 완화한 것이다.


다만 공정위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도입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위는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서 ‘CVC 도입 제한적 검토’라는 문구를 담았지만, 정부안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금과옥조’로 불리는 금산분리 규정을 21년 만에 깨는 문제라 국회 통과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상법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전자투표제 등 기존 의원안으로 발의했던 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다중대표소송은 모(母)회사 주주가 불법을 저지른 자(子)회사 임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를 통해 모회사 소액주주들의 경영감독권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는 감사위원도 분리 선출된다.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하고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전자투표제 활성화 방안도 담겼다. 다만 당초 전자투표제 의무화를 추진했지만 전자투표를 실시한 회사에 한해 주총 결의 요건을 완화로 인센티브를 부여했고,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재계의 우려를 반영해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했다.


기업 간 M&A 추진 시 인수되는 회사의 매출액(또는 자산총액)이 현행 신고기준(300억원)에 미달해도 거래금액(인수가액)이 큰 경우 기업결합을 신고하도록 한다.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 사업자단체 등에 대한 변호인 조력권을 명문화한다. 하도급 분야 등에서 추진하는 서면실태조사의 법적 근거 규정도 마련한다.


불공정거래로 인한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해당 행위의 금지·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한다. 그간 형벌부과 사례가 없고, 법 체계상 맞지 않는 기업결합, 일부 불공정거래 등에서 형벌 규정을 폐지한다.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20대 국회에 제출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그대로 상정한 것은 177석이라는 거대 여당의 힘을 빌어 속도감 있게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공정거래법은 이미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심사 등을 통과했던 안이라 신속하게 국무회의까지 일괄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개정안이 8월말까지는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에 제출해 9월 정기국회부터 법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당초 개정안을 올렸던 2018년말과 비교해 경제상황이 코로나19 등으로 바뀌었고, 일부 기업들은 공정위 압박에 지배구조개편까지 나선던 터라 공정위가 추가적인 실태조사없이 기존 법안을 그대로 올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LG그룹 등 대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 의혹 해소를 위한 총수일가 지분매각 등 자발적으로 개선 움직임을 보였고, 지난해 대기업 내부거래 규모도 2017년 12조9542억 대비 32.0%(4조1459억원)가 줄었다. 경직된 규제를 만들기보다는 유연한 연성규범을 통해서도 개혁이 이뤄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개편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순환출자고리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해소한 것처럼 내부거래도 줄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공정위가 추가 실태조사 없이 법개정 방식을 다시 추구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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