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한화그룹에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냈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에 나선 것.
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는 한화그룹을 제재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지난 15일 발송했다.
공정위는 한화 계열사들이 한화 S&C로부터 장비나 시스템을 정상가격보다 비싸게 사는 방식으로 이익을 늘려줬다고 보고 있다.
한화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2015년 조사에 들어간 지 6년만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림과 하림 등이 일감 몰아주기로 제재를 받았지만, 10대 그룹에 속하는 대기업이 제재 절차에 들어간 건 한화가 처음이다.
2001년 설립된 한화S&C는 한화그룹 계열사의 전산 시스템 관리와 전산장비 구매를 대행해온 회사로, 2017년 10월 에이치솔루션과 한화S&C로 물적분할했다.
에이치솔루션의 지분은 김승연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50%,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각각 25%씩 갖고 있다. 공정위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기간은 2015년부터 2017년 물적분할 전까지다.
공정위 공시를 보면, 2015년~2016년 한화S&C의 내부거래 비율은 각각 52.3%와 67.5%를 차지한다. 공정위는 ‘정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됐거나 혹은 ‘합리적인 거래나 다른 사업자와의 거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 관리는 보안 문제가 있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내부에서 거래를 하고 있다”며 “거래 가격도 정부가 고시하는 공시 가격 범위 안에 있어 특별히 높지 않다. 이런 의견을 중심으로 절차에 따라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 목적 상 불가피할 경우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보고서에서 총수 일가는 뺀 채 법인만 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일단 경영권 승계보다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공정위는 한화 측의 해명을 들은 뒤 하반기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를 할지, 하게 되면 어느 정도 수위로 할지 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