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조엘 그린블라트가 불완전한 공식을 가지고 버핏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비밀
미국의 전설적인 헤지펀드 투자자 조엘 그린블라트(Joel Greenblatt)는 1985년 고담캐피털(Gotham Capital)이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하여 2005년까지 운용하여 연환산 복리수익률 40%를 달성하였는데, 이를 누적수익률로 계산하면 대략 20년간 8만3600%나 된다.
오마하의 현자로 불리는 워렌 버핏은 41년간 대략 연평균수익률이 21.1%로, 400,863%의 누적 수익률을 올렸다. 연평균수익률로만 계산하면 버핏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사람들은 그 수익률의 비결이 그가 창안한 ‘마법공식(Magic Formula)’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마법공식을 『The Little Book That Beats the Market』이라는 책에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은 2006년 안진환이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책』으로 번역하여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의 마법공식은 전혀 빈틈이 없이 완벽한 것처럼 생각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필자의 글 “시장에서 마법공식이 잘 들어맞지 않는 이유”에서 소개한바 있다.
주식투자의 신이라고 불리는 워렌 버핏을 제압할 정도로 놀라운 투자수익률을 가져온 마법공식은 예상외로 간단하다. 자본수익률(Return on Capital)과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 두 가지 개념만 사용하여 계산한다.
자본수익률 = 법인세전이익(EBIT)/((유동자산-유동부채)+(비유동자산-감가상각비))
이익수익률 = 법인세전이익/(시가총액+순차입금)
그린블라트는 위 두 지표를 기준으로 기업의 순위를 매긴 후에 그 두 순위를 합하여 다시 순위를 매기고 상위에 링크된 20-30개의 종목을 매수하여 일정기간 보유하며 교체매매를 한다. 예컨대, A기업의 자본수익률의 순위가 5위, 이익수익률이 12위이면, 그 기업의 순위는 17(=5+12)위가 된다. 여러 기업을 이렇게 순위를 매겨서 상위 20-30개의 종목을 매수하는 것이다.
독자들이 그의 책을 읽고 마법공식을 적용하면 잘 안되는데, 신기하게도 그는 큰 수익률을 올렸으니 무언가 독자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체로 투자서적을 연구하다보면 저자는 자신의 진정한 투자 노하우는 잘 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개를 하더라도 중요한 부분을 설명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잔뜩 기대를 하고 투자서적을 다 읽고 난 후에 사기당한 느낌을 가지거나 짜증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린블라트의 책도 그런 류가 아닐까 의심해 볼 만하다. 그러나 자세히 그의 책을 검토해 보면 그렇지는 않다. 그는 그의 책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권유하는 방법과 다른 방법으로 투자를 하였지만, 그가 진실을 숨긴 것은 아니다.
그는 독자들에게 ‘과거실적’을 가지고 마법공식을 적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정상연도의 수익 추청치’를 사용해서 투자결정을 내린다. 그린블라트가 독자를 기만하고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그는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책』에 그가 실제 투자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독자들에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 주요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세계를 가정한 채, 우리는 정상적인 해의 수익 추정치를 가지고 이익수익률과 자본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법공식의 원리를 이용하여 정상 수익을 기준으로 높은 이익수익률과 자본수익률을 동시에 지닌 기업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우리가 내린 추정치에 대해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또 이 수익이 미래에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에 대하서도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 너무 어려울 것 같다고? 글쎄, 어렵긴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 이것이 또 내 파트너와 내가 마법공식을 뒷받침하는 원리를 이용해 우리 자신의 투자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린블라트가 이렇게 비록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은 아니지만 솔직하게 자신의 투자 방법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독자들을 속이거나 기만한 것은 아니다. 그는 정직한 사람이다. 필자는 이 부분이 마법공식 활용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어눌하고 불완전한 마법공식을 가지고 큰 수익률을 올린 비밀이다. 그러나 그의 책에서 이 부분은 가볍게 지나가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독자들이 여간 주의해서 읽지 않는 한 놓치기 쉽게 되어 있다.
그는 일반 투자자들은 헤지 펀드를 운영하는 자신과 같은 전문가와는 달리 정상연도의 수익 추정치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보고, 과거이익만 가지고도 쉽게 주식을 고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사실 그의 이러한 친절한 배려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독자들은 그가 실제로 한 방법은 미래의 이익을 추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헤지 펀드를 운용할 정도면 투자 공부를 엄청 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투자 공부의 난해함을 알고 있는 그는 독자들의 투자 실력이 어느 정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마법공식으로 투자했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아서 속상한 투자자들은 그의 책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책』 제11장을 여러 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가 장의 제목도 붙이지 않고 간결하게 쓰고 있는 이 장에 그의 투자 비밀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미래 이익을 얼마나 제대로 추정할 수 있느냐에 따라 투자의 성과가 갈리게 된다. 필자는 이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mentorfor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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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0년 5월 10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원문에 각주 설명을 추가로 더 보충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