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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 "올해 유통점포 200곳 정리하고 호텔·화학 투자 확대할 것"

- 日 닛케이와 인터뷰 “과거 오프라인 중심의 성공 방식에서 탈피할 것”

  • 기사등록 2020-03-05 15: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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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안에 한국 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총 200개 점포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온라인 유통망을 강화하고 호텔·석유화학 부문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5일 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실(實) 점포에서의 성공 경험을 모두 버리겠다"며 “사상 최대 규모의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지난해 10월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았다”며 “신 회장이 국내외 미디어의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 판결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더밸류뉴스(롯데지주 제공)]

신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대형마트(슈퍼)와 전문점(양판점), 백화점 가운데 채산성이 없는 약 20%, 총 200개의 점포를 올해 안에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는 536곳 중 대형점 중심으로 20%, 양판점은 591곳 가운데 20%, 백화점은 71곳 중 5곳을 폐쇄한다.

 

롯데지주 측은 “기존에 발표했던 ‘3∼5년 내 200여개 점포 순차적 정리’ 기조에 변화가 없다”며 “해당 사업 재조정 작업은 올해 시작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닛케이는 “롯데그룹은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한국 내 유통 사업이 기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시장의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고 인터넷 쇼핑몰과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어서 롯데그룹의 핵심인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이 지난 5년간 3분의 1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신 회장이 기존의 경영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타개책으로 인터넷 사업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인터넷 사업을 일원화하고 모든 제품을 가까운 (롯데)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지난 1월 인사에서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의 40%를 젊은 층으로 바꾼 것에 대해서는 "말로는 디지털화를 외치면서 (이전처럼 오프라인) 점포 운영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 2월부터 여러 자회사가 별도로 다루던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일원화한 새로운 서비스인 ‘롯데온’을 시작했고 백화점, 슈퍼 등의 매장에서 롯데그룹이 취급하는 모든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본격 전개할 예정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아울러 신 회장은 디지털화를 추진해 현재 1만 곳 이상인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 인터넷의 연계를 강화해 매출 증대를 노리는 '옴니 채널 전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온라인 시장 경쟁상대로 평가 받는 '쿠팡'에 대해서는 "매년 1000억엔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도 주주로부터 보전을 받을 수 있는 기업과는 경쟁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 을지로 롯데백화점 앞에서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이날 신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호텔과 화학 부문의 투자 확대 방침에 대해서도 밝혔다.

 

신 회장은 "호텔 부문에선 M&A를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 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하겠다"며 "6월에는 미국 시애틀에 고급 호텔을 열고 영국에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에는 "도쿄 긴시쵸와 니가타현의 롯데 아라이 리조트 밖에 없지만, 3~4년에 걸쳐 도쿄 등에 적극적으로 호텔을 늘릴 것”이라며 “리조트 호텔도 생각하고 있지만 경쟁이 심한 교토는 피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화약 분야에서 유력한 기술을 갖고 있지만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지 못하는 일본 회사가 많다며 일본 기업의 인수합병을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에틸렌 공장을 건설했는데 올해 약 1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생산능력을 연 100만톤에서 140만톤으로 40% 높일 것"이라며 "일본에서는 화학분야(기업)의 인수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한국에서 저출산·고령화가 일본 이상의 속도로 진행 중이어서 내수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 시장 개척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중국 사업과 관련해서는 백화점을 매각하는 등의 계획을 내놨다.

 

신 회장은 "제과와 슈퍼, 백화점 등 소비재의 중국 사업은 어려워졌다"며 "아직 영업중인 백화점 2개를 매각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분간 재진출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다만 자동차 부품 등을 다루는 공장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둔화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선 인바운드 고객이 많았던 백화점 수요가 고스란히 사라지면서 테마파크, 영화관 방문자 수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하지만 생필품을 파는 슈퍼에선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경제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어 사업을 선진국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해갈 것"이라며 "과거 20년 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러시아, 동유럽 등 신흥국이 비즈니스의 중심이었는데 사업은 확장 됐지만 최근엔 통화 약세의 영향도 있고 손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일본 롯데의 증시 상장에 대해서는 "2021년 3월을 목표로 했지만 주가와 코로나19 등 경제 정세를 감안해 6개월~1년 미룰 수 있다"며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기업은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상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5년 벌어진 초유의 '형제의 난' 사태와 관련해서는 "한국 재벌들은 이런 가족 내 문제가 많다"며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도 이제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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