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기 명예 교수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장] 세상에는 우연처럼 보이지만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낸 사건들이 있다.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곰팡이 핀 페트리 접시(Petri dish)를 버리지 않고 관찰해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무심히 지나쳤다면 결코 없었을 혁신이었다.
지난 7월 5일, 필자가 개발한 기업분석 도구 StationPEG를 활용해 경남대학교에서 「AI 활용 기업분석 방법」 특강을 열었다. 경남대 산업경영연구소와 중앙도서관이 후원하고 경영대학에서 주최한 이번 강의에는 대학원생·교수·직원뿐만 아니라 타 대학 교수와 일반인 등 38명이 참석했다. 이번 특강의 목적은 학생들과 지역사회의 일반인들의 디지털 금융지식과 기업분석 역량 강화를 돕는 데 있었다.
경남대 중앙도서관은 StationPEG를 도서관 온라인DB 형태로 전공 학생들의 기업분석 학습을 위한 학습도구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 행사를 후원하였다.
지난 7월 5일 경남대학교에서 「AI 활용 기업분석 방법」 특강이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PEG Technologies Inc]
기업분석은 본래 전문가의 영역이라 일반 수강자들의 반응을 우려했으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강의평가에서 ‘도움이 되었다’는 항목은 평균 4.70점, ‘전체 만족도’는 4.59점(5점 만점)을 기록했다. 이는 짧은 시간의 강의만으로도 학생과 시민들이 기업분석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응답자의 80%가 기업분석 경험이 ‘부족하다’ 혹은 ‘전혀 없다’고 답했지만, 이들의 만족도는 각각 4.58점, 4.70점으로 오히려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또한 투자경력이 1~3년인 그룹과 초보 투자자 그룹에서 전체 만족도가 각각 4.86점, 4.67점으로 매우 높았다.
이러한 응답 결과들은 기업분석 교육이 기업분석 경험이 없거나 투자 경력이 짧은 투자자에게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응답자는 총 27명으로, 응답률은 71.05%였다. 통계학적인 접근법과는 달리, 교육평가 실무에서는 응답률이 70% 이상이면 대표성을 인정하고 신뢰성 있는 결과로 본다. 따라서 이번 강의평가는 단순한 소규모 조사로 치부할 수 없다. 오히려 한국 사회가 기업분석 교육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앞으로 기업과 금융이 AI와 함께 미래 사회를 주도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업분석을 실제로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AI를 이용해서 기업분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적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로 연결된다. 기업분석 교육이 소수 전문가의 영역에 머무른다면, 국민 전체의 금융 문해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강의평가에서 발견된 성과는 마치 플레밍의 페트리 접시처럼 ‘뜻밖의 발견’이었다. 이제 선택은 우리 사회의 몫이다. 이 작은 메시지를 무시하고 흘려보낼 것인가, 아니면 국가적 차원의 교육정책으로 발전시킬 것인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기업분석 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학교·기업이 함께 나선다면, 국민의 금융 이해도는 한층 높아지고, 한국은 글로벌 디지털 금융교육의 선도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사진=더밸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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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5년 9월 1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원문에는 각주가 부기되어 있으며, 각주에서 인용자료의 출처와 추가적인 보충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