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전면적으로 축소하는 가운데, 최근 주택 거래가 증가하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단기간 내에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주택을 한 채라도 보유한 고객에게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른 것으로, 주택 보유자는 수도권 내 추가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우리은행 측은 무주택자에게만 전세대출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강력한 대출 억제 조치는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5대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67조735억 원에 달하며, 두 달 연속 7조 원 이상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히 8월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8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2021년 이후 최대 기록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최근의 주택 거래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서울 지역 주택 매매 건수는 1만2783건으로, 전월 대비 41% 증가해 2년 11개월 만에 1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주택 거래가 급증하면서 가계대출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취급 조건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고, 주택 소유자의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을 중단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도입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대출 기간을 단축하고,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며 가계대출 억제에 동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대출 문턱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가계대출 억제에 일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단기간 내에 급격한 가계대출 감소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