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황예린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비평연대] 일을 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분명 내가 선택한 내 일이지만 등 떠밀려 하는 순간들.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업무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재밌기만 했지만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면서 일이 손에 익어 권태로워진다. 풀리지 않고 쌓이는 피로와 스트레스에 찌들다 보면 업무 목표에 추가되는 새로운 업무들을 보기만 해도 짜증이 치밀어오른다. 나는 왜 일이 힘들기만 할까,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 불안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괜히 다른 회사의 구인 공고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그런 순간에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이직이나 퇴사가 아니다. 내가 바라는 내 삶이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차분하게 생각하고 답을 내리지 않는다면 또 엉뚱한 곳에서 헤매며 진을 뺄 뿐이다. 하루하루 발등에 떨어진 불인 먹고 살기를 해결하느라 바쁜데, 또 지금 당장 이 불편한 마음에서 해방되고 싶은데 어떻게 그런 데 시간을 투자하느냐고? 그렇다면 지금 당장 나도 모르는 내가 가고 싶은 길을 탐색할 수 있게 도와줄 워크북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법칙'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야 할까, 잘하는 것을 선택해야 할까? 내 인생의 방향을 고민할 때면 우리는 고민한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더 행복해지는 길이란 걸 다들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잘하는 일에 대한 미련이 남고는 한다. 제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실력이 늘지 않으면 경쟁자들 사이에서 밀려나 먹고사니즘에 중차대한 문제가 생길 테니 말이다. 이것도 저것도 정답이 아닌 것 같아서 갸우뚱했다면 안심하시라. 다행히도 인생은 밸런스게임이 아니다. 상담 코칭 전문가인 저자 이헌주 연세대 교수는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것이다.
‘잘할 수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별개가 아닙니다. ‘좋아하는 것’을 할 때 그 안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지요. …… 많은 흥미 중에서 단순한 취미나 여가활동을 넘어 좀 더 탁월해질 싹이 보이는 가능성을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부릅니다. _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법칙’’ 중에서
그 시작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찾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는 끊임없이 내 마음을 이끌어 아무리 힘들어도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가치를 찾는 것은 우리 마음이 가장 강렬하게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뿐 아니라 천재도 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갈고닦는 지난한 여정을 겪는 수밖에 없다.
이때, 못난 나를 마주하며 실력을 키워나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딜 수 있게 돕는 것이 바로 좋아하는 마음이다. 그렇기에 아직은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끝내 잘하는 것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책에선 저자가 수많은 상담을 진행하며 직접 개발한 일곱 개의 질문과 가치 형용사 테스트를 수록해 내가 바라 마지않는 삶의 방향을 간단히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직업에서 성공한 사람들, 또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 역시 우연한 기회로 그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할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그저 ‘우연한 기회’로 오른 자리에서 그토록 높은 성취와 만족감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요? 이유는 바로 그 우연을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_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법칙’' 중에서
내 안의 깊숙한 곳까지 탐험을 마쳤다면, 이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잘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려봐야 한다. 대다수는 이 단계에서 일단 지금 하던 일을 내려놓고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일단 퇴사하기’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한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을 만큼 잘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 동안 쫄쫄 굶을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들어줄 가장 현실적인 방법 ‘계획된 우연’을 소개한다. 진로상담 분야의 권위자 존 크럼볼츠가 창안한 개념 ‘계획된 우연’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풍성하게 경험하고, 좋아하는 것에 둘러싸인 환경을 찾아가고, 나와 흥미가 같은 사람을 자주 만나다 보면, 나에게 맞는 ‘우연한 기회’를 만날 확률이 늘어”난다는 개념이다.
지금 하는 일이 지겨워서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에겐 현재를 포기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 시도해보란 이야기가 달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언제나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없다. 생각보다 멀리 돌아가는 길을 걸어갈 때 정말 원해온 것들을 마주치곤 한다. 이 책과 함께 차근차근 좋아하는 것을 찾고, 이를 잘하기 위해 준비하며 ‘계획된 우연’을 기다린다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아까워 말고 스스로를 깊숙이 이해하려는 시도부터 지금 시작하자. 저 멀리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더 나은 삶을 향한 전환점으로 달려가는 첫 발자국이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