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운명이 달린 끝장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은 28일부터 29일까지 1박 2일간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4년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28일 회의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CEO 등 20여명이 참석 했으며,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부사장이 처음 회의에 참여해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회장은 화상으로 회의를 이끌었다. 이번 회의는 그룹의 사업 리밸런싱 방향과 투자 재원 확보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SK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틀간의 끝장토론...SK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집중 논의
SK그룹의 이번 경영전략회의의 배경에는 세 가지 주요 안건이 있다.
첫째, SK그룹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배터리 부문의 지속적인 적자다. SK온은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이는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둘째,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필요성이다. 특히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셋째, 그룹 내부의 구조조정 필요성이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언급한 대로,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의 수는 효율적인 관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 여파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SK그룹은 평소보다 긴 시간을 할애해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듯하다. 첫날 회의 종료 시각을 따로 정해놓지 않고 방향성이 도출될 때까지 진행하는 '끝장 토론' 형식을 도입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최태원 회장의 미국 출장으로 인한 부재를 최소화하고, 주요 경영진 간의 충분한 의견 교환을 보장하기 위해 이틀간의 회의 일정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 참석한 20여 명의 CEO들은 AI와 반도체를 필두로 한 미래 성장사업 분야의 투자 재원 확보 전략, 배터리와 바이오 등 성장 유망 사업의 질적 성장 방안, 그리고 SK온 등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SK그룹 관계자는 "AI 시대를 맞아 향후 2~3년간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 생태계와 관련된 그룹 보유 사업 분야에만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논의 배경을 밝혔다. 이는 최근 최태원 회장이 미국 출장 중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과 만나 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과 상통한다.
또한 배터리 사업의 구조조정 방안도 중요한 의제로 다뤄진다. SK온의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그룹의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SK온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SK온과 SK엔무브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그룹의 전반적인 포트폴리오 재조정 방안도 논의됐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최근 "그룹 내 계열사가 너무 많다"며 "이름도 다 알지 못하고, 관리도 안 되는 회사가 많다"고 경영진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계열사 정리 작업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태원 회장 장녀 최윤정 부사장 첫 참석, 최재원최창원 ...SK 경영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해석
이번 회의에서 주목할 만한 점 중 하나는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의 첫 참석이다. 최 부사장은 SK그룹 내 최연소 임원으로, 지난해 말 그룹 임원 인사에서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최 부사장의 참석은 SK그룹의 세대교체와 바이오 사업에 대한 그룹의 관심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최 부사장은 시카고대 뇌과학연구소 연구원과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등으로 일하다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했다. 그녀는 이번 회의에서 바이오 사업 성장 방안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사장의 경영전략회의 참석은 단순히 3세 경영 수업의 일환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최근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그린·바이오 등 사업의 '질적 성장'" 방침과 연관지어 볼 때, SK그룹이 바이오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최 부사장의 참석은 SK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최태원 회장의 1조 4000억원 규모 이혼 재산분할 2심 판결로 인한 지분 구조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최 부사장의 경영 참여 확대는 향후 SK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책임 경영 지속 위한 고군분투...'질적 성장'을 위한 대전환 시작됐다
이번 회의의 구체적인 결론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SK그룹은 "이번 회의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 온 내실 경영을 통한 투자 여력 확대와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과 방법론을 도출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논의 사항으로는 AI 생태계 관련 투자 계획, 배터리 사업의 구조조정 방안, 그리고 전반적인 그룹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이 있다. 특히 SK온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여러 방안이 심도 있게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그룹 측은 이번 회의가 그룹의 기본적인 경영 원칙과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며, 구체적 실행 방안은 각 계열사에서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실질적인 구조조정이나 투자 계획의 세부 내용은 향후 각 계열사의 결정을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이번 회의 결과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세미나, 연말 정례인사로 이어지는 SK그룹의 연간 경영 사이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와 반도체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 배터리 사업의 구조조정 방안, 바이오 사업의 육성 전략 등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최근 SK그룹이 보유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추가적인 자산 매각이나 사업 구조조정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SK네트웍스가 지난 20일 SK렌터카를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 규모의 매각을 결정했고,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어스온이 페루 광구 지분을 3400억원에 매각했다. SK도 베트남 마산그룹과 빈그룹 투자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번 SK그룹의 경영전략회의는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전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배터리 사업의 내실화, 바이오 사업의 육성 등을 통해 SK그룹은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경영 전략을 펼쳐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불안이나 일부 사업 부문의 축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SK그룹이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관리하고, 새로운 성장 전략을 실행해 나갈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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