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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통신에 AI 달아 콜센터·금융·미디어 콘텐츠 장악하겠다구?...'AICT 컴퍼니' 선언

- 김영섭 대표,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경영 본격 행보

- "국내 최대 규모 콜센터 운영 데이터로 'AICC'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것"

  • 기사등록 2024-06-20 21: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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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황기수 기자]

KT(대표이사 김영섭)가 인공지능(AI)을 신성장 동력으로 장착해 'AICT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ICT는 AI(인공지능)와 ICT(정보통신기술)의 합성어다. 김영섭 대표가 지난해 8월 새 사령탑에 등장한 이후 내부 조직을 추스리고 신경영 구상을 밝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섭 대표, "AI와 통신, 미디어, 금융 결합해 새 시장 개척할 것"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Media World Congress)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존의 통신 역량에 IT(정보기술)와 AI를 융합해 KT를 AICT 컴퍼니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고객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략 수립부터 최적의 솔루션 제공 및 효율적인 운영관리까지 제공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로 고객의 비즈니스 가치를 높이고 새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섭 대표의 이같은 선언은 KT가 처해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KT는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 발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12위를 기록했다. 2017년 17위에서 12위로 점프한 이래 7년째 순위가 고정돼 있다. 그룹 전체 매출액 32조870억원, 순이익 1조1410억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3.32% 증가했고 순이익은 26.25% 감소했다. 계열사는 38개로 전년비 2개 증가했다. 



KT, 통신에 AI 달아 콜센터·금융·미디어 콘텐츠 장악하겠다구?...\ AICT 컴퍼니\  선언KT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3. 12.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현재 KT는 국내 통신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사업자이다. 국내 초고속인터넷, IPTV(유료방송), 유선전화(시내전화), 위성통신의 4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SK텔레콤에 이어 2위 사업자이다.  


그렇지만 사업 특성상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에는 한계를 갖고 있다. 국내에서 새 시장을 찾아야 한다. AI는 KT가 보유하고 있는 통신, 미디어(KT스카이라이프, 지니뮤직, 밀리의서재), 금융(케이뱅크, BC카드)과 결합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T는 AICT 컴퍼니 도약을 목표로 크게 3가지의 'AI 결합' 전략을 갖고 있다. 단독 AI 서비스를 통한 직접적인 매출 창출보단 기존 사업들을 AI로 강화해 성장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AI고객센터(AICC·AI Contact Center)'와의 결합이다. AICC는 음성인식, 챗봇 등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 상담 서비스 업무를 최적화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AI가 가장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시장 중 하나다. KT는 국내 최대 규모의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다량의 상담 데이터와 노하우를 확보한 것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KT, 통신에 AI 달아 콜센터·금융·미디어 콘텐츠 장악하겠다구?...\ AICT 컴퍼니\  선언KT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지난해 B2B(기업간거래) 시장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KT는 AICC 사업에서 2500억원 규모의 수주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 700억원대 수주를 기록했던 2022년 대비 약 3배 증가한 것이다. KT가 이처럼 AICC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데는 국내 이통사 중 가장 빨리 시장에 진입한 것이 주효했다. KT는 2018년 자사 고객센터에 AICC를 도입하고, 2020년부터 AICC사업부를 정식 부서로 승격시키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또 지난해에는 KT가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 ‘믿음’을 AICC 사업에 적용하며 서비스 고도화에 나섰다. 


최근 수익성이 떨어진 유·무선 통신 사업과 달리 AICC 사업은 향후 AI 고도화에 따른 성장성이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AICC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기준 4546억원으로 연평균 23.7%의 가파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KT는 AICC 도입 영역을 확장해 2030년까지 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지난해 출시한 클라우드 기반의 AICC '에이센 클라우드(A'Cen Cloud)'를 중심으로 금융사 도입을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KT, 통신에 AI 달아 콜센터·금융·미디어 콘텐츠 장악하겠다구?...\ AICT 컴퍼니\  선언KT의 에이센 클라우드(A'Cen Cloud) 개념도. [이미지=KT]

다만 KT는 국내 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아직 선보이지 못한 상황이다. AI 에이전트는 ‘실시간 통화 통역’ 등 사용자의 업무를 지원하는 개인비서의 역할을 한다. 앞서 SKT는 지난해 '에이닷', LG유플러스는 올 4월 '챗 에이전트'를 각각 출시한 바 있다. KT는 최근 고객 상담 내용의 분석과 공유 등을 지원하는 'AI-VOC 포털'을 사내에 확대 적용했으나, 고객용 에이전트 서비스는 여전히 개발 중에 있다. 업계에서는 KT의 서비스 출시가 늦어짐에 따라 고객들의 AI 데이터 확보에 뒤쳐져 향후 AI 사업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MS와 금융·공공 특화 '소버린 AI' 개발 나서


KT의 두 번째 전략은 클라우드·데이터센터(IDC) 사업과의 결합이다. 클라우드·IDC는 AI와 더불어 KT가 주력하고 있는 신성장동력이다. 


IDC는 데이터 서버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시설로, 최근 AI 활성화 및 트래픽 증가로 인해 국내외 빅테크들의 수요가 쏟아지는 분야다. 이에 KT는 국내 최다인 14개의 IDC를 운영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선 올해 KT클라우드의 연간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51%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T, 통신에 AI 달아 콜센터·금융·미디어 콘텐츠 장악하겠다구?...\ AICT 컴퍼니\  선언김영섭(왼쪽) KT 대표가 지난 3일(현지시간) 사티아 나델라 MS CEO 겸 이사회 의장과 AI·클라우드·IT 분야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T]

KT는 특히 금융과 공공 산업에 특화된 서비스와 모델을 제공하며 집중 공략에 나선다. 이를 위해 KT는 지난 3일(현지시간) 세계 시가총액 1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금융 및 공공 산업은 보안성이 가장 중요시되는 만큼 신속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선도 기업인 MS와의 동맹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약으로 양사는 데이터 및 AI주권 확보가 가능한 수준의 보안성을 갖춘 '소버린 클라우드'와 '소버린 AI'의 개발에 협력할 계획이다.


◆AI 서비스 '매직플랫폼'으로 미디어 콘텐츠 강화


마지막으로 KT는 미디어 콘텐츠 사업에 AI를 결합한다. 지난 1분기 KT의 미디어부문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3%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IPTV 가입자 수는 941만8000명으로 되려 3만3000명 감소하는 등 점유율 측면에선 후퇴한 모습이다. 이에 KT는 AI를 해결열쇠로 꺼내 들고 올해 본격적인 가입자 반등에 나섰다.


KT는 자체 AI를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OTT 고객들에게 편리한 UX·UI(사용자 경험·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함은 물론, 콘텐츠의 흥행성을 예측해 미디어 관련 그룹사의 콘텐츠 제작 및 투자에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선보인 AI 토탈 미디어 솔루션 '매직플랫폼'에 주목할 만 하다. AI 서비스의 집합체인 매직플랫폼를 활용한 대표 서비스로는 현재 'AI 오브제북' 등이 있다. AI 오브제북은 밀리의 서재에 수록된 전자책의 키워드를 추출하고, 지니뮤직이 생성형 AI로 제작한 배경음악을 입혀 영상을 제작해주는 서비스다.


여기에 올 하반기 'AI 골라보기' 서비스를 추가해 개인 소비자들의 니즈도 충족시킬 계획이다. AI 골라보기는 특정 인물이 나오는 장면이나 노래 등 특정 행동을 하는 장면만을 골라볼 수 있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 속 자신의 최애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만을 보거나, 음악 프로그램 속 토킹 구간을 없애고 노래 부르는 구간만을 시청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AI 인프라가 없는 사업자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 형태로 제공해 이 또한 셀링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 4월 오는 2025년까지 미디어 관련 사업에서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김영섭 대표,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본격 경영 행보


AICT 컴퍼니 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섭 대표는 지난해 8월 KT의 9대 CEO에 취임해 내부 조직을 안정시키고 도약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 통신에 AI 달아 콜센터·금융·미디어 콘텐츠 장악하겠다구?...\ AICT 컴퍼니\  선언


경쟁사(LG CNS) CEO 경력을 바탕으로 내부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섭 대표의 이번 빅 픽처(Big picture)에 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OTT 등 미디어 콘텐츠와의 AI 결합을 강조하고 있는 곳은 KT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에이닷과 AI 미디어 기술을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전문 OTT '라프텔'에 공급하는 등 빠른 속도로 시장 영향력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이에 김영섭 대표는 올해 AI 관련 인력을 최대 1000명 추가 영입하고, AI 내재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김영섭 대표가 이같은 도전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ghkdritn1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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