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문화 평론가·출판 마케터
[김정빈 문화 평론가·출판 마케터] ‘시작’.
새롭고, 낯설고, 변수가 많아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시작이란 나이를 먹어도 언제나 두렵기만 하다. 인생은 마치 끝나지 않는 장애물달리기와 같아서, 당장 눈앞의 허들을 뛰어넘었다 해도 더 높은 뜀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새 직장, 새 친구, 새 연인은 어느 것 하나같지 않고 내 마음대로 되지도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웃기는 소리. 시작 자체가 두려워 벌벌 떠는 나는 언제부턴가 마음을 굳게 닫고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이를테면 이런 게 두렵다고나 할까. 새로운 장소에서 가고자 하는 길을 찾는 것. 여러 사람들이 섞인 자리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 나와 가까워지기를 원하는 이에게 나는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나 자신을 처음 설명하는 것…
많은 사람이 사회인이 되면 성향 자체가 바뀐다고들 한다. 끊임없는 시작에 적응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겨우 적응될만하면 또 그 과정이 반복되니 쉽게 권태로움을 느끼게 되는 게 아닐까.
“문 밖에 사자가 있어.”
두려움의 시작을 알리는 문장과 함께 등장하는 ‘노랑이’와 ‘파랑이’. 스토리는 문밖에 있는 사자, 즉 두려움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구분되어 전개된다. 사자가 있으니 절대 나가지 않을 거라 다짐하는 노랑이와, 사자를 분석하고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파랑이는 어쩌면 단순히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생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시작을 앞둔 한 사람의 공존하는 두 가지 마음일 수 있다.
결국 파랑이는 탈출에 성공한다. 그렇게 첫발을 내디뎌 무궁무진한 세계를 마음껏 여행한다. 하지만 노랑이는 방구석에 틀어박혀 떨고만 있다. 문밖의 사자를 탓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를 자처하면서.
우리는 어떤 일을 시작하려 할 때, 밀려오는 두려움을 견딜 수 없을 때, 불안과 초조가 나를 집어삼킬 때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다. 그래서 그 모든 생각을 이겨낼 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다. 딱 그만큼의 용기로 계속해서 시작해 왔다. 시작의 두려움, 두려움의 시작은 어떻게 보면 같은 말처럼 느껴진다. 불투명한 미래를 두려워하기 시작할 때 스스로를 응원하는 또 다른 내게 집중해 보자. 어느새 문밖을 나와 자유롭게 세상을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