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문화 평론가·출판 마케터] 그립다 그리워… 모르는 걸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던 때가.

초등학생 땐 받아쓰기 100점에 온 집안이 들썩였고, 중학생 땐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게 행복의 전부였으며, 고등학생 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 최대 업적일 줄만 알았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나는 모르는 걸 모른다고 질문하는 것에 대해 한치의 두려움도 없었다. 모르는 게 당연했으니까. 몰라선 안 되는 나이가 아니었으니까. 그런 내게 가르침을 주는 이들은 넘쳐났고 성장의 기회 또한 널려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에 내던져진 20대 초중반의 신입들은 이러한 기회를 아주 손쉽게 박탈당한다. 마치 한 번도 가져본 적 없었다는 듯이 매섭게 말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면접관한테 자신만만하게 뭐든 맡겨만 달라고 말했는데, 모니터 앞에 앉으니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기계적인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있을 리가. 질문하고 싶지만, 이런 기초적인 것도 모르는 MZ 세대냐는 소리가 듣고 싶지 않아 꾹 참는다.

도움이 필요한 당신은 제일 먼저 상사를 원망할 것이다. ‘뭘 제대로 알려줘야 할 거 아냐’ 하지만, 당신이 원망하는 그 상사도 당신과 같은 경험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있게 됐다면? 말 한번 걸기 어려운, 자비라고 1도 없어 보이는 직장동료와 상사들을 원망하고 질책하기 전에, 그들이 내게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직장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열세 번째 필독서 <팀장이 당신에게 진짜 원하는 것 39>(임희걸 지음, 끌리는책)는 팀장들의 경험을 차분히 녹여낸 업무 지침서다.

'팀장이 당신에게 진짜 원하는 것 39'. 임희걸 지음, 끌리는책. [이미지=교보문고] 

이 책은 실제로 영업지원팀장인 저자가 직접 팀원 시절에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회사 생활 S급 족보다. ‘보고, 보고서’, ‘소통, 관계’, ‘일머리, 개념’, ‘태도, 마음가짐’이라는 4가지 큰 주제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장 속에는 가상의 인물(상현 팀장, 재준 대리)과 상황이 소개되어 있어 몰입이 쉬웠다.

또한 ‘대략’, ‘거의’ ‘~정도’ 등의 확신 없는 단어를 자주 쓰는 습관이 있다면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또한 상사의 피드백이라고 해서 무조건 머리를 조아리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 받는 만큼만 일하겠다는 생각이 나의 칼끝을 무디게 만든다는 것 등 피와 살이 되는 조언들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들이 찾는 훌륭한 멘토는 현실에 없다. 해본 적 없는 과제를 맡아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길을 찾아갈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다양한 문제를 몸소 겪으며 스스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가르쳐 주지 않아서 못했다는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으니까. 무능력한 신입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도 언젠가 대리가 되고, 팀장이 되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할 수 없는 이들이여, 순수했던 과거로 돌아가 응석 부리고 싶은 이들이여, 안타깝지만 홀로서야 할 시간이 왔다. 당신의 옆에서 조용히 키보드만 두드리는 직장동료와 상사에게 물어보기 두렵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당신의 멘토가 되어줄 것이다.

김정빈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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