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투자이론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지명도가 높은 학자들의 저서뿐만 아니라 재야 고수들의 강의나 저서들도 시간 나는 대로 살펴본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어떤 이론적 단초를 얻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영감을 얻는 경우가 있어서 그 재미가 쏠쏠하다.
버핏연구소에서 제공하는 강의 중에 압구정 교주 (별명이 다소 특이하다) 라고 불리는 조문원이라는 재야 고수의 강의가 있는데, 강의 중에 ‘매력도’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그런데 이 분이 사용하는 매력도는 투자매력도를 말하는 것으로, 그 개념이 매우 매력적이다.
원래 투자매력도(investment attractiveness)는 투자가 행해지는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다의적인 개념이다. 예컨대, 이 개념은 외국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외국인 자본을 유치하는 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외국인이 돈을 들고 와서 국내에 공장을 짓고 사람을 채용해서 고용을 늘려 주어야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외국인직접투자를 장려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되는데, 대체로 이것과 해당 국가의 여러 가지 투자 환경을 고려하여 외국인투자에 대한 국가별 매력이 정해진다. 그래서 투자매력도는 실제로는 외국인직접투자매력도지수(FDI attractiveness index), 또는 글로벌외국인투자매력도지수(GAI, Global Attractiveness Index) 같은 지수나, 간혹 국가에 따라 정권이 바뀌어 예정한 인센티브를 갑자기 회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경험 많고 노련한 글로벌 경영자들이 향후 3년 동안 시장에 직접 투자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기반으로 계산된 외국인직접투자신뢰지수(FDICI, Foreign Direct Investment Confidence Index) 같은 지수로 측정되어 사용된다.
그와는 달리, 투자매력도라는 개념이 금융분야에서도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형태로 사용되어왔는지는 잘 알 수가 없고, 투자 관련 서적에서도 딱히 투자매력도를 측정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사실 투자매력도라는 것이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투자를 하고 싶도록 이끄는 힘의 정도, 즉 어떤 투자에 대한 매력의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누구든지 자신이 투자매력의 기준을 정할 수 있으면 자신만의 투자매력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 투자정보제공 업체에서는 투자매력도를 측정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놓고, 그 기준에 따라 계산된 투자매력도를 순위별로 제공하기도 하고, 또 마음씨 좋은 연구자는 배당이나, 다른 기준을 가지고 나름대로 투자매력도를 계산하는 공식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론적으로는 주식투자를 위하여, 개별 기업의 투자매력도나 업종이나 산업의 투자매력도, 나아가 시장이나 국가별 투자매력도를 측정하여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것은 어떤 기준에 의하여 계산되었는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아무나 투자매력도를 계산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조문원 압구정 교주가 말하는 투자매력도는 아주 간단하다. 그는 강의를 듣는 수강자들에게 “제가 주로 투자하는 회사는 뭐냐 하면, 저평가돼 있지, 현재 돈 잘 벌지, 앞으로도 꾸준히 돈 벌어요. 그러면 그게 점점 싸지는 거잖아요. 지금 매력도가 100%인데 그 주식을 샀어요. 그런데 그게 (그 회사는) 점점 돈을 벌고 있는데 주가는 점점 내려가요. 그러면 매력도가 올라가는 거요 내려가는 거요?” 라고 물어본다.
이론적으로는 저평가된 돈 잘 버는 회사의 주가가 다시 하락하면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 더 커진다. 만약 저평가된 주식을 이미 매수하였는데 주가가 내려가서 투자매력도가 높아지면 주식을 더 매수해야 하고, 더 매수할 돈이 없으면 주식을 팔지 말고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약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 주식을 매수하지 못했다면, 투자매력도가 훨씬 높아진 주식을 대거 매수할 수도 있다. 이런 판단은 뼈속까지 가치투자자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
손절매를 주식투자의 필수적 지식으로 신봉하는 기술적분석가나 추세 추종자들은 투자매력도와는 상관없이 주가가 정해진 범위까지 내려가면 일단 손절하여 투자금을 지키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추세 추종자들은 대체로 가치를 무시하고 투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손절매를 하지 않고 버티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점은 공부가 좀 덜 된 가치투자자가 고평가된 주식을 저평가되었다고 잘못 판단하여 매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조문원 압구정 교주는 저평가된 주식을 사면 반드시 돈을 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 손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필자는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요즘도 가끔 두 시간이나 되는 그의 강의를 녹음해서 틀어 놓고 들어 본다. 가치투자 이론이야 필자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터이지만, 흥미진진한 그의 강의를 들어보면, 뼈속까지 가치투자자가 된 그의 경험담 속에 녹아 있는 실전 가치투자의 위력을 알 수 있고, 가치투자에 대한 확신이 가져오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
투자매력도라는 개념을 압구정 교주처럼 사용하면, 지금(2022년 상반기)처럼 사정없이 추락하는 시장 지수와 주가를 보면서 투자매력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기뻐하는 여유와 투자기회를 엿보는 용기가 생기게 되고, 2020년 후반이나 2021년 초반처럼 사정없이 주가와 시장 지수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투자매력도가 형편없이 낮아지고 있다고 경계하고, 나아가 투자를 부추기는 방송이나 신문기사만 보고 뒤늦게 빚까지 내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게 해준다.
주식투자 영역에서, 투자매력도라는 개념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매력적이다. 지금은 투자매력도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 투자매력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별 주식이 가치에 비하여 저평가 되어 있는 지를 판단하거나 계산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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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2년 7월 15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원문에는 각주가 부기되어 있으며, 각주에서 인용자료의 출처와 추가적인 보충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