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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에 '숨은 첨병'…방문규 행장 리더십 관심↑

- 개도국 ·신흥국에 자금 지원...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 '첨병' 역할

  • 기사등록 2022-02-02 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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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윤준헌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을 아십니까?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외신을 통해 이집트 철도청이 자국의 철도 현대화 사업에 총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를 한국으로부터 지원받았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이집트 철도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이집트 현대적인 신호체계 지원을 위해 사용된다는 내용이다. 한국이 해외 원조를 받던 처지에서 해외 원조를 주는 나라로 위상이 업그레이드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뉴스를 꼼꼼히 살펴보면 이집트 철도청에 자금을 지원한 국내 기관이 '한국수출입은행'이라고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행장 방문규)은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 IBK기업은행(행장 윤종원)을 포함한 3대 국책은행 가운데 대중의 눈에 가장 띄지 않는다. 일반 소비자와 접촉하는 수신기능이 있는 IBK기업은행이나 국내 메이저 기업의 '생사'를 판가름하는 KDB산업은행이 업무 특성상 대중에 빈번히 노출되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은 '남몰래' 하는 업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이 수행하는 역할을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중요성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이 해외 원조를 받던 처지에서 개도국에 원조를 주는 나라로 위상이 높아질수록 한국수출입은행도 바빠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주요 업무의 하나가 해외 원조이기 때문이다.


◆해외 유상원조 업무 수행... 한국 국격↑


한국수출입은행이 이집트에 지원한 2억5000만 달러는 유상원조 방식이다. 해외원조 방식에는 무상원조와 유상원조의 두 가지가 있는데 한국수출입은행은 유상원조 업무를 맡고 있다. 


무상원조의 경우 흔히 알려진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이 전담하고 있고, 유상원조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전담해서 맡고 있다. EDCF는 개발도상국에 도로, 철도, 병원, 학교 등을 지어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과 빈곤감소를 지원하는 원조자금으로 개발도상국의 산업발전과 경제안정을 지원하고 우리나라와의 경제교류 증진을 도모한다.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사진=더밸류뉴스]

EDCF 사업은 현재 수출입은행이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EDCF를 통해 개도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개척에 앞장서 우리 기업이 더 많은 해외 진출 기회를 갖도록 돕는다는 플랜을 갖고 있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EDCF를 매개로 그간 우리 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웠던 국가들에 적극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는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출입은행은 유·무상 연계 및 민관협력사업 등으로 EDCF 사업발굴 저변확대와 지원방식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수원국의 다양한 개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준비기금, 섹터개발차관 등의 여러 지원 방식을 활용한다. 


수출입은행은 적극적으로 EDCF를 매개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22건의 승인이 났으며, 총 9조8691억원의 승인액이 EDCF 사업에 사용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020년에만 1조원 아래의 승인액이 사용됐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수출입은행의 EDCF 승인 통계. [이미지=한국수출입은행]

지난해 5월에는 수출입은행이 중미 5개국에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Central American Bank for Economic Integration)과 총 5000만달러의 EDCF를 제공하는 차관공여계약을 체결했다. 중미 5개국은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수출입은행이 CABEI에 차관을 제공하면 CABEI가 이 차관으로 5개국에 보건 인프라와 의료기자재 등을 지원하는 구조다.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마중물' 역할


수출입은행의 해외 지원은 우리 나라가 거저 퍼주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중미 5개국 지원을 통해 한국의 보건 및 바이오 기업들의 중미 진출이 용이해졌고, 수출입은행 역시 EDCF 지원을 통한 방식으로 병원건립과 의료기자재 공급 등의 개도국 보건의료환경 개선에 더 힘쓸 수 있게 됐다.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사진=더밸류뉴스]

수출입은행은 디지털 혁신과 관련된 EDCF 사업도 진행했다. 지난 7월 아프리카 튀니지의 토지관리 인프라 혁신을 위해 6000만달러 규모의 EDCF를 지원하는 차관공여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으로 EDCF가 튀니지에 제공되면, 튀지니의 약 450만 필지 도면과 토지 관련 자료를 전산화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지리정보와 측량관리 등 토지정보 통합관리시스템이 개발된다. 이 계약으로 수출입은행은 북아프리카 국가에 처음으로 디지털 혁신 관련 EDCF를 제공하게 됐다. 


◆방문규 행장 취임 이후 해외원조↑


수출입은행의 이같은 해외 유상원조 업무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9년 방문규 행장 취임 후 코로나19 사태가 있던 지난 2020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약 2조5000억원 이상의 EDCF 승인액을 기록했다. 승인건수 역시 방문규 행장 취임 전보다 확연히 늘었다. 방문규 행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해외 네트워크와 긴밀한 현장 대응을 통해 역대 최대 1조2000억원을 집행해 개도국과 우리나라와의 경제협력을 공고히 했다. 우리 기업 해외진출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방문규(왼쪽)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지난해 10월 그리스 아테네 안젤리쿠시스(Angelicoussis)선박 그룹 본사에서 마리아 안젤리쿠시스(Maria Angelicoussis) 회장과 선주 지원 금융 협약 서명식을 갖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한국수출입은행] 

수출입은행의 해외 유상원조 강화는 방문규 행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ESG경영의 일환이다. 방문규 행장은 지난해 7월 수출입은행 창립 45주년 기념식에서 ESG경영 액션플랜을 발표했다. 국책은행 중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하고 발표까지 한 곳은 수출입은행이 최초다. 수출입은행 ESG 경영 액션플랜에는 오는 2030년까지 ESG 여신 180조원 공급과 ESG 채권 200억 달러 발행, 기관 탄소배출량 50% 감축 등 구체적인 달성 목표가 있다 


방문규 행장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고 행정고시(28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국세청, 기재부, 농림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정부 부처를 고루 거친 정통 관료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기재부 제2차관과 보건복지부 차관을 역임했으며, 수출입은행에는 지난 2019년에 취임했다.


wnsgjswnsgj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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