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숲으로 둘러싸인 서울 충무로역 4번 출구를 나오면 전통 ‘한옥의 미’를 느낄 수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민속 한옥 5채를 비롯해 전통 양식의 정원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계후(繼后)였던 순정효황후 윤씨의 친가도 포함돼 있다. 지금은 한옥의 미를 자랑하는 남산골 한옥마을이지만 이렇게 조성된 것은 20년 전에 불과하다.
남산골 한옥마을이 위치한 중구 필동 지역은 본래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부지로 군사보호구역이었다. 이 지역은 조선시대부터 흐르는 계곡과 천우각이 있어 여름철 피서를 비롯한 놀이터로 여겨졌다. 청학이 노닐었다고 해 청학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청학동은 ‘신선이 사는 곳’이라 불릴 만큼 경관이 아름다워 한양에서 삼청동, 인왕동, 쌍계동,백운동과 함께 한양 5동으로 손꼽혔다. 우리 조상들은 남산의 아름다운 경치 아래 정자를 짓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시를 짓는 풍류 생활을 했다.
1989년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에 따라 서울시가 이 부지를 인수하면서 군사보호구역이 해제됐다. 이후 서울시에서 민속자료와 한옥 5개 동을 복원하기로 결정하고 3년간 한옥촌 조성 공사를 통해 1998년 공식 개장했다.
한옥 조성 과정에서 실제 살았던 사람들의 신분에 맞는 가구 등을 배치해 선조들의 삶을 재조명했다. 또 이곳의 옛 정취를 되살려 시민들에게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쉼터가 되기 위해 전통정원 내의 지형을 복원해 계곡이 흐르도록 하고 남산의 자연식생인 전통 수종을 심었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아이들에게 교육 효과가 있다. 부모님과 함께 한옥을 구경하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한복입기, 전통다례, 활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활용을 운영하고 있다. 한옥마을 안에는 서울 남산 국악당이 위치해 있어 국악 등 전통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저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를 바라보면 남산의 아름다운 경관 아래 풍류 생활을 즐겼던 선조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서울 한복판의 한옥 마을은 바쁜 현대사회에 지친 시민들의 쉼터이자, 아이들의 교육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