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대표이사 사장 예병태)의 유력 인수 후보인 HAAH오토모티브(회장 듀크 헤일. 이하 HAAH)가 새 법인을 설립해 쌍용자동차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HAAH의 파산 신청에 따라 빨간불이 켜졌던 쌍용차 인수전도 다시 파란불로 바뀔 전망이다. HAAH가 새 법인을 설립하면서까지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관심을 끌고 있다.
◆HAAH, 새 법인 ‘카디널 원 모터스'로 쌍용차 노려... 중국 사업 접어
HAAH가 쌍용차에 관심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HAAH는 지난해에도 쌍용차 인수를 검토해왔으나 투자 결정을 미루다가 결국 투자의향서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서울회생법원이 공시한 기간이 지나 쌍용차는 기업 회생 절차 개시를 진행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HAAH가 관심만 보이다가 최종 투자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기됐다. 이에 HAAH는 "시간과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HAAH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쌍용차 인수전에서도 제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지만, 쌍용자동차와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서 기존의 회사를 파산시키고 카디널 원 모터스(Cardinal One Motors)라는 법인을 새로 설립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HAAH 창업주이자 CEO인 듀크 헤일(Duke Hale) 회장이 “새 법인을 통해 쌍용차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며 쌍용차 인수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 인수에는 HAAH 외에도 에디슨모터스, 박석전앤컴퍼니, 케이팝모터스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수입자동차 유통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HAAH는 지난 19일 중국산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입하려는 계획을 포기하고 파산 신청을 한다고 발표했다. 새로 설립되는 법인은 미국 델라웨어에 기반을 둔 ‘카디널 원 모터스’로, HAAH과 마찬가지로 쌍용차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HAAH는 현재 이달 30일로 알려진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일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쌍용차 매각 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과 접촉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주 안으로 인수 의향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수입품 관세↑…쌍용차 북미 진출 잠재력 높게 봐
HAAH가 새 법인을 만들면서까지 쌍용차 인수에 나서려는 이유는 뭘까?
먼저 미국 내 중국 자동차 수입을 꾀하던 HAAH의 사업이 미-중 갈등으로 인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HAAH는 약 7년 동안 중국 업체와 협력해 자동차를 북미시장에 판매했으나 미국의 자동차 관세율이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25%까지 오르고 거기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파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HAAH는 중국 사업을 정리하고 새 법인으로 쌍용차를 인수, 북미 시장에 쌍용차를 진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새 법인을 설립하는 이유로는 지금까지 중국 사업을 맡아왔던 HAAH로 이어서 진행할 경우 소비자들이 중국 브랜드와 한국 브랜드(쌍용자동차)를 혼동할 수 있어 아예 새로운 회사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듀크 회장은 쌍용차가 아직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로, 비록 지금은 적자를 보고 있지만 북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만 한다면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HAAH는 쌍용차 인수에 성공할 경우 쌍용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픽업트럭 등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듀크 회장은 쌍용자동차의 경쟁력은 ‘품질’이라며 “미국에서도 한국 제조품의 높은 품질을 인정하는 만큼 쌍용차를 미국에 들여오기만 하면 파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투싼, 기아자동차의 소울은 북미에서 가장 좋은 성적으로 판매되는 수입 차종 중에 하나이다.
북미 시장 진출은 쌍용차의 오랜 숙원 사업으로도 꼽힌다. 쌍용차는 북미를 제외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을 해 지난해 약 2만2860대를 판매했다. 수출 수입은 4740억원에 달했다.
북미 사업만 번번히 실패의 고비를 마셨다. 2011년 초 쌍용차가 인도 마힌드라로 인수된 이후 이유일 대표이사 시절부터 쌍용차는 북미 진출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2014년 이 대표는 “쌍용자동차를 자손대까지 물려주기 위해서는 살림이 어려워도 북미 시장에 들어가야만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취임한 최종식 대표이사도 북미 시장 진입을 목표로 사명까지도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최 대표가 현대자동차에서 미국 판매 법인장(부사장)으로 재직한 바 있어 한 때 북미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결국 쌍용의 북미 시장 진출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실패 이유로는 현지 대리점과 딜러망 구축의 어려움이 뽑힌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도 미국 시장에서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오랜 시간과 자원을 들여야 했을 만큼 판매망 구축은 쉽지 않은 작업으로 평가된다.
HAAH는 이러한 북미 시장 진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HAAH가 보유한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에서의 안정화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듀크 회장은 “우리는 쌍용차가 전세계 시장에 파는 것보다 더 많은 무쏘(MUSSO)를 미국의 한 개 주에서 팔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쌍용차 관계자는 “HAAH측에서 북미 시장 진출을 먼저 언급한만큼 HAAH가 가진 네트워크나 판매망을 활용한다면 쌍용차의 북미 시장 진출이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HAAH의 많은 투자자들이 이미 쌍용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주요 투자자들로부터 새롭게 출범하는 법인 카디널 원 모터스를 지원하는 거래 조건서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HAAH의 적극적인 관심과는 달리 아직 인수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경계론’ 역시 존재한다. 지난해에도 인수를 검토하다가 결국 묵묵부담으로 일관했던 점이 거론된다.
자금 조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 인수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듀크 헤일 회장은 미 오토모티브 뉴스를 통해 “쌍용차 인수를 위해 2억5000만달러에서 3억5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며 “산업은행을 비롯한 한국 금융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적 있다. EY한영회계법인 역시 중간보고서를 통해 쌍용자동차가 매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약 35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후 채무 변제를 고려하면 약 4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쌍용차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산업은행의 추가 자금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경영 정상화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산업은행은 “투자자가 나타난다면 가치 판단을 두고 검토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쌍용차를 인수할 만한 또 다른 후보가 나오지 않아 인수후보자간 경쟁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수대상자로 거론되는 국내 후보군들의 경우 자금력이나 인수 의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후보가 사실상 HAAH오토모티브 한 곳으로 나타난 가운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투자유치 계획이 분명하게 나오지 않고 있어 실제 인수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쌍용차 담당자는 “이번주 금요일(30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는 만큼 그때까지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보통 인수의향서를 마감 직전에 제출하는 경우가 많아 우선협상자 심사가 나올 때까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