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소셜커머스 1호 기업' 티몬(대표이사 장윤석)이 돌연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궁금증을 낳고 있다.
여기에다 '쇼핑몰 1세대' 인터파크도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티몬과 인터파크를 포함한 이른바 ‘1세대 오픈마켓’ 기업들의 설 자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 쿠팡, 신세계의 '빅3'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매출액 5000억→1500억 급감... IPO 철회
티몬은 지난 2월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3050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면서 하반기 IPO를 예고했었다. 그렇지만 최근 IPO 시점을 '연내 상장'에서 '적당한 시기'로 변경했다.
티몬의 상장 철회 이유로는 매출액 감소와 만성 적자가 꼽힌다. ‘테슬라 상장’이라 불리는 코스닥 특례상장제도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매출액이 증가해야 한다. 비록 적자이더라도 매출액이 증가하면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티몬은 오히려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티몬의 매출액은 연결기준 1512억원으로 전년비 13.89% 감소했다. 영업손실 631억원으로 적자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최근 잇따라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것도 IPO 철회 배경으로 거론된다. 그간 티몬을 이끌어온 핵심 경영진들은 회사를 떠난 상태이다. 이진원 대표이사가 돌연 사퇴했고 지난 10년간 티몬을 성장시킨 주인공으로 평가받는 유한익 의장도 회사를 떠났다.
티몬은 지난 5월 전인천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대표로 선임했다. 이어 6월에는 콘텐츠플랫폼 기업 아트리즈를 인수하는 동시에 이 회사 장윤석 대표를 공동대표로 영입했다. 재무 전문가인 전인천 대표를 선임하며 IPO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렇지만 실적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티몬 관계자는 “경영진이 교체가 단행된지 얼마 되지 않아 좀 더 적당한 시기에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올해 안에 상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상장 계획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선임된 장윤석 대표이사는 콘텐츠플랫폼 출신답게 기존 '타임딜'(특정기간 한정 상품 할인판매) 중심의 성장 전략을 콘텐츠 커머스 중심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성장 플랜을 짜는데 주력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임 이진원 대표가 추진해온 타임커머스 사업은 대폭 축소됐다. 40여개에 달하던 타임딜 매장을 10개 안팎으로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콘텐츠 강화로 쇼핑의 재미에 차별화를 두어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매출액 상승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네이버, 쿠팡, 신세계 '빅3' 굳어져... 티몬 위기
전성기 매출액 5000억원대의 플랫폼을 자랑하던 티몬은 현재 1500억원대로 규모로 축소됐다. 이는 이커머스 시장에 새 경쟁자들이 진입하면서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시장은 현재 네이버(점유율 18%), 쿠팡(13%), 신세계(15%, 이베이코리아+SSG닷컴) '빅3'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네이버)가 20%를 넘지 못한 상태여서 이들 빅3는 공격적인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 있다.
이들 '빅3'가 이커머스 시장에 진입한 것은 이 시장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61조 1234억원으로 전년비 19.10%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2001년 추정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이커머스 시장 급성장은 티몬에게 '강력하고 새로운 경쟁자' 등장이라는 악재를 가져왔다. 앞서 언급한대로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이커머스 시장을 '쩐의 전쟁터'로 만든 것이다.
시장 점유율 1위인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잡으면서 그간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물류 부문을 강화했고, 쿠팡은 대규모 적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매출 늘리기를 지속하고 있다. 이름값에 비해 점유율이 못미쳤다고 평가되는 SSG닷컴을 보유한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공식화하며 네이버, 쿠팡의 양강구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는 이커머스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이뿐만 아니다. 카카오가 '빅3'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8년 분사한 카카오커머스를 오는 9월 다시 흡수합병한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함께 국내 대표 IT기업으로 불리지만 이커머스 부분에서는 아직 몸집이 작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각 제조사 자체 몰(Mall)이 카카오톡에 입점하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1세대 쇼핑몰' 인터파크 매물로… 위메프도 생존 경쟁
이러한 거대 자본의 이커머스 시장 진입은 ‘1세대 오픈마켓’에게는 생존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대표적인 '1세대 쇼핑몰'로 평가받는 인터파크는 최근 오너(이기형 회장)가 M&A 시장 매물을 공식화했다. 인터파크 최대주주인 이기형 대표 등이 NH투자 증권을 매각자문사로 선임하고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인터파크의 매출액은 3조1692억원으로 전년비 7.12%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11억으로 전년비 적자 전환했다.
인터파크는 1996년 ‘대한민국 최초 온라인 오픈마켓’으로 등장했다. 한때 지마켓(G market)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무료 배송’, ‘최저가 보상제’ 등의 포문을 여는 등 해성처럼 영향력을 넓혔으나 2008년 자회사인 지마켓을 이베이코리아에 넘겼다. 코로나19로 공연, 연극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인터파크의 티켓, 공연 부문의 타격이 컸다.
티몬과 함께 '중간체급' 오픈마켓으로 평가받는 위메프도 상황은 비슷하다. 위메프는 한때 쿠팡과 경쟁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외형 성장 대신 수익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위메프는 올해 2월 9년만에 하송 신임 대표로 수장을 교체한 후 버티컬 커머스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버티컬 커머스란 식품, 패션, 인테리어 등 특정한 카테고리의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위메프의 버티컬 전략의 핵심 카테고리는 신선, 리빙, 패션 등이다. 원더항공', '원더호텔', '원더투어' 라는 이름으로 각각 따로 서비스하던 것을 '위메프투어'라는 전문 플랫폼을 묶어 여행 부문을 전략 카테고리를 키워냈다. 위메프는 지난 5월 여행·공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W여행컬처’를 출시하기도 했다. 하송 대표의 버티컬 전략은 기존의 종합몰 성격의 위메프와 완전히 분리됐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이커머스 업계의 '형님'으로 빼놓을 수 없는 11번가는 아마존과의 협업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2008년 오픈마켓 서비스로 오픈한 11번가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에서 법인 분리돼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이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맺으며 11번가에서 아마존의 인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가 론칭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쿠팡이 일찌감치 ‘로켓직구’등을 통해 해외 상품을 직접 조달하는 서비스를 펼쳐왔기에 물류 인프라와 라스트 스마일(배송단계) 경쟁력이 부족한 11번가가 차별화를 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11번가는 배달대행 업체 바로고에 250억원을 전략 투자하며 물류 약점 보완에 나섰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이 자본력을 내세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자 중하위권 기업들이 생존에 내몰려 있다”며 “M&A 전략을 제외하면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커머스 소비자 A씨는 “1세대 오픈마켓은 '지는 해'라는 느낌이 있고 네이버쇼핑이나 쿠팡을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