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신임 경영자로서 ‘경청’과 ‘소통’을 중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고객과 소비자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겠다”고 했다. 이와 달리 핵심 계열사인 DB손해보험(005830)의 경우, 최근 설계사가 보험계약자의 진료비 영수증에 본인의 이름을 오려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보험금 청구서류를 위조, 부당 이익을 편취한 사건이 발생해 금감원이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사건이 발생했다. 관련 대표이사인 김정남 부회장은 내년 3월 연임을 앞두고 있지만 '고인물은 썩기마련' 이라는 격언처럼 최근 DB손보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어 연임이 불가할 듯 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이어 교체되고 있다. 은행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조직 안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CEO 연임에 무게를 싣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보험업계는 장기간 저금리·저성장 국면을 맞은 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 악화 등 혼란이 커져 CEO 교체 카드를 내놓고 쇄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DB손해보험 김정남 부회장의 경우, 김남호 DB그룹 회장의 그룹 내 젊은 세대교체 바람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란 중평이 나오고 있다. 고객 중시의 김남호 회장 철학과 배치되는 설계사 고객 편취사건이 도덕성에 치명타를 안겼기 때문.
또 최근 보험협회가 공개한 의료자문 현황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가 70건에 달해 이 역시 고객 중시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게다가 최근 보험업계의 분위기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태운 전 DB생명 사장이 2014년에 대표로 취임해 6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지만 연임에 성공하지 못하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최장수 CEO인 홍봉성 라이나생명 대표 조차 최근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홍 대표는 2010년부터 라이나생명을 이끌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올해 12월31일자로 라이나생명 대표직에서 퇴임한다”고 밝혔다.
한편, 연말부터 내년 3월까지 보험사 대표 15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올해 12월에는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홍재은 NH농협생명 대표,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 허정수 KB생명 대표 등 5개 보험사 수장의 임기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