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의 인수를 승인 받으면서 한 식구가 됐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주식취득 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계열회사들이 1위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결합(M&A)이 이뤄지더라도 아이스크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지난 3월31일 해태제과식품으로부터 해태아이스크림 발행 주식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4월13일 공정위에 기업 결합을 신고했다. 이에 앞서 해태제과식품은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제과 부문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영업 적자를 낸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을 분할해 지난 1월 해태아이스크림을 신설했다.
빙그레는 메로나, 투게더 등 아이스크림과 바나나맛우유, 요플렛 등 유제품, 꽃게랑 등 스낵류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다.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게 되면 아이스크림 분야간 수평 결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동종업종 간 수평 결합이 이뤄질 경우 시장 지배력이 커지기 때문에 가격 인상 등 우려가 커진다. 하지만 이번 결합의 경우 롯데제과·롯데푸드 등 롯데 그룹 계열사가 여전히 시장 내 1위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점을 고려했다. 가격 인상 압력(UPP) 분석 결과 양사가 결합한 뒤에도 가격 인상 유인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빙그레의 투게더와 해태아이스크림 부라보콘. [사진=더밸류뉴스(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제공)]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은 △1위 롯데제과(29%), △2위 빙그레(27%), △3위 롯데푸드(16%), △4위 해태아이스크림(15%) 순이다. 공정위는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약 45%를 점유해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더라도 롯데가 계속 1위 자리를 유지한다고 분석한 것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 계열사를 구분해서 본다면 빙그레가 독보적인 1위 기업으로 부상한다는 판단도 나온다. 해태아이스크림과 한 몸이 된 빙그레의 시장 점유율은 42%로 기존 1위 롯데제과를 큰 격차로 따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공정위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 축소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던 해태아이스크림이 이번 기업결합으로 경영 정상화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는 "최근 한국 아이스크림 시장이 축소돼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모색, 관련 시장에서 경쟁이 증진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구조조정을 통해 역량은 키우고 경쟁 제한이 발생하지 않는 M&A는 허용해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빙그레 역시 사업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이 보유한 부라보콘, 누가바, 바밤바 등 전국민에게 친숙한 브랜드들을 활용해 기존 아이스크림 사업부문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해외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