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055550)가 최근 1조 규모의 유상증자 발표 이후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세가 커지고 주가도 5% 정도 하락했다. 아무 언질 없이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해 자신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된 기존 주주들의 불만이 작용한 것.
게다가 신한금융의 사모펀드 추천 이사들이 가세하면서 기존 이사들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한 창립에 기여한 재일교포들은 약 15% 지분율을 갖고 있는데, 전략적 사모펀드 투자자 비중이 이번 유상증자 유치를 계기로 14%로 높아졌다. 신한으로선 외부의 외국인 주주 뿐만 아니라 내부의 재일교포 주주들을 달래면서 함께 가야 할 부담도 생긴 셈이다.
최근 1조 규모의 제3자 배정으로 신한금융지주의 새로운 우군으로 등장한 홍콩계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6050억원(2044만주),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가 5532억원(1869만주)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박영택 어피니티 회장이 최근 코로나 위험에도 홍콩에서 방한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을 비밀리에 만나고 돌아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16일 조선일보 분석에 따르면, 금융 전문가들은 신한의 유상증자 시점과 목적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코로나 및 사모펀드 배상을 대비하고 향후 인수·합병(M&A)을 고려해 실탄을 마련한 것”이라고 보고있지만 이면엔 지배구조 강화라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호 지분을 늘려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신한의 유상증자 목적이라는 해석이다.
이렇게 된데는 그럴만한 절박한 일이 있었다. 지난 3월 조 회장 연임 때 국민연금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반대를 표명했다. ISS에 110국 2000여 기관투자자가 자문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다. 외국인 지분이 65%인 신한금융은 조 회장 연임에 대해 주주들이 반대(44%)와 찬성(56%)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조용병 회장이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한숨을 돌린 상황이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심 판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한으로선 우호지분 확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번 신주 배정으로 어피니티와 베어링은 각각 4%, 3.6%의 지분을 갖게 된다. 이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2%)과 블랙록(5.7%), 우리사주조합(4.7%)에 이은 지분율이다.
어피니티와 베어링은 경영에 참여하는 전략적투자자(SI)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외이사를 추천해 지주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13명인 신한금융 이사회는 15명 규모로 커진다. 한 투자은행 임원은 “신한금융은 조 회장을 지지하는 주주 기반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며 “현재 BNP파리바나 재일교포 주주만으로는 우호 세력이 충분치 않다는 시각이 신한 내부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