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업이나 사건에 대해 말하긴 어렵지만 공정위가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법 위반 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언급한 말이다. 여기서 특정기업이란 삼성그룹과 SK그룹 계열사를 지칭한 것.
9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조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서 "아직 구체적인 혐의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지만 해당 기업에 대한 조사를 최대한 빠르게 마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정위 조사에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혐의를 밝히지 못하면 심의를 종결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기업의 부담 완화 차원에서) 조사는 빠르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일부 사건의 조사 기간이 늘어졌는데 조사 역량을 강화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또 최근 공정위의 기업 제재가 ‘솜방망이 처분’이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물러진 게 아니라 오히려 예리하게 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한화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했다. 지난 5월에는 미래에셋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44억원)을 부과했지만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
조 위원장은 “준사법적 역할을 하는 공정위의 위법성 인정 기준은 사법부 수준만큼 높다”고 말했다. 한화와 미래에셋에 대해선 “실질적 증거와 법리 적용이 충분하지 않아 무혐의 처리하거나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스마트폰의 모바일 운영체계(OS)를 장악한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고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OS를 통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에서 강한 영향력을 보유한 구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앱 마켓에서 수수료 체계 변경이 시장 경쟁상황과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앱 마켓 수수료 인상에 대해선 “앱 마켓 시장 안에서 경쟁이 부족해 생긴 문제”라며 “반(反) 경쟁적 행위는 용납하지 않고 엄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할 때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독과점에 따른 불공정 행위를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공정위는 구글의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구글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OS가 아닌 경쟁사나 자체 개발한 OS를 쓰지 못하게 하고 ▶구글의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서만 앱을 출시하게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는 올해 안으로 마무리할 방침이다. 조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는 신속하게 심사할 것”이라며 “배달 앱과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시장에 영향이 큰 사건은 면밀히 심사해 연내에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제재한 유튜브·인스타그램의 ‘뒷광고’에 대해 조 위원장은 “새로운 소비자 기만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고 자평했다. 그는 “일부 인플루언서의 우려가 있지만 결국은 업계의 자율준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공정위는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준 혐의로 금호아시아나·SPC·미래에셋·아모레퍼시픽 등을 제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