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은 최근 사내 한 행사에서 올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임직원들에게 ‘재충전’을 당부하면서 “이번 휴가 중에는 업무상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도 나가세요.”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또 이자리서 “휴가 기간 중 전화, 문자, 카톡 단체방 대화, 회사 클라우드 시스템 접속 등 업무와 관련된 어떤 것도 하지 말고, 오직 나만의 시간에 집중하라”고 말했다고 알려져 책임있는 대기업 수장의 말에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 . 박사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도 대기업 중 최초로 전면 재택근무를 명하는 등 업계에 보기 드문 파격적인 지시를 한 적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본사 T타워에서 열린 '상반기 공로 직원 표창식'에서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해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추진하던 신규사업 일정이 변경되는 등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휴가 시즌을 맞아 코로나19로 인한 부담감도 털어내고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지와 편안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원과 팀장은 물론 구성원 간에도 휴가 때 직원에게 절대 업무 관련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고 재차 강조한 뒤 “휴가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푹 쉬고 ‘풀 충전’된 밝은 얼굴로 만나자”고 말했다고 29일 알려졌다.
박 사장의 이번 당부는 SK텔레콤을 포함해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ADT캡스, 11번가 등 20개 자회사에 근무 중인 4만여명의 임직원들에게 일괄 적용된다. 그는 “이번 힐링과 재충전 휴가 컨셉은 SK 정보통신기술(ICT) 패밀리사 전체 임직원들에게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휴가 기간 소상공인들을 향한 ‘따뜻한 지출’도 당부했다. 박 사장은 “여건상 국내에 머물게 될텐데 경기 진작을 위해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휴가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고질적인 음성통화 장애현상이나 5G 장애 등 긴급한 '다량 사고' 발생시 이를 처리할 인력들은 제외하고서라는 언급이 없어 '혼란'스럽다. 과거 휴일에 꼭 대형 통신장애 사고가 빈번해 피해 보상처리를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던 때가 엇그제 같아서 하는 말이다.
과연, 4만여 직원들이 일시에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닫고 '휴식'을 취할 때 상상못할 '사고'가 터진다면 어떡할거냐는 것이다. 비상대책 수립이 돼있다고 할런지 모르지만 일단 수장의 입에서 "모든일을 중지하고 쉬어라"고 상징적으로 언급한 말의 파급효과는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공직자들은 이 시간부터 모든 업무를 중지하고 휴식에 방해되는 것들은 모두 꺼라"고 한다면 과연 나라가 온전하겠냐는 것이다. SK텔레콤 가입자가 30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와 다를게 무어냐고 말하고 싶다.
CEO의 언사는 한마디 한마디 무거워야한다. 직원들 좋으라고 함부러 내뱉는 말이 국민들에겐 위안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휴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기 바란다. '책임을 다한 후 진정한 휴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