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이행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들를 매물로 내놓고 있다. 먼저 두산건설이 물적분할을 통해 팔릴만한 자산만 떼어내 판매하는 분리매각을 추진한다. 분할되는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신설회사를 통한 효율적인 자산 관리를 위해서다. 그룹차원에서는 두산그룹 핵심 자산인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 내놨다.
◆두산건설, 부실자산 떼내고 매각 추진
16일 두산건설은 건설 부문과 부동산 임대사업을 제외한 일부 자산과 부채, 계약을 신설회사 ‘밸류그로스 주식회사’에 넘기는 물적분할을 했다고 밝혔다.
두산건설의 핵심 사업인 건설사업과 부동산 임대사업은 존속법인인 ‘두산건설’에 남는다. 분할 신설되는 밸류그로스는 두산건설의 자회사로 비상장 법인이다. 밸류그로스로 넘어가는 자산은 미회수 채권이 있는 인천 학인두산위브아파트, 일산제니스 상가, 한우리(칸) 리조트, 공주신관 토지 등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두산건설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켜왔다. 미분양 문제로 공사대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학익 두산위브는 총 432가구 규모로 건립됐지만 이중 230여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위브더 제니스스퀘어는 일산 탄현역 인근에 위치한 복합상가 개발 프로젝트로 연면적 6만8266㎡ 규모 개발됐다. 그러나 일부 상가는 준공 이후에도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분할 후 두산건설은 자산 2조2300억원, 부채 1조7800억원이 된다. 밸류그로스는 자산 2500억원, 부채 800억원이다. 밸류그로스 주식 가운데 보통주 69.5%는 두산건설이 가지고 종류주식 30.5%는 두산큐벡스에 800억원에 매각한다.
두산큐벡스는 두산건설 레저사업이 분사한 회사로 춘천 라데나골프클럽 등을 운영한다. 두산중공업(36.3%), ㈜두산(29.2%) 등 계열사가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이번 분할에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큐벡스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366억8000만원과 309억9000만원을 출자했는데 나머지는 다른 계열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두산건설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두산건설은 지난 3월 두산중공업에 흡수합병되며 상장 폐지됐다. 현재 지역기반 건설사인 전략적투자자(SI) 등 3곳에서 두산건설에 대한 실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수채권, 업황 등 두산건설의 부실자산까지 인수하는 것은 어렵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두산그룹은 당초 통매각 추진 계획에서 부실 우려 자산은 남기고 매각하는 쪽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두산건설 매각 본입찰은 내달 중순으로 예정됐다.
◆두산그룹, 핵심 자산 두산인프라코어 매물로 내놔
이날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하기 위해 최근 매각 주간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이다. 매각 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 포함 6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국가핵심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매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두산그룹은 경영난을 해소하기위해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긴급 지원받는 대신 3조원 규모 자구안을 마련했다. 그간 나온 자구안 매물 중 두산타워는 마스턴자산운용에 약 7000억~75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의 재무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굴삭기 시장 호황의 수혜를 누리고 있으며 지난 2016년 빅 배스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의 견실한 기업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매각이 성사되면 그룹사 재무리스크에 따른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그룹의 유동성 회복을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와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8조1858억원으로 전년비 5.9%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2조93억원, 1810억원, 746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중공업은 매각대금을 활용해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51.05%를 매입할 전망이다. 이가 성사되면 그룹 지배구조는 두산-두산중공업-두산밥캣으로 변경된다. 그러나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단기간 내 성사될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건설기계 연결 영업이익의 62.9%를 차지했던 두산밥캣을 분리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며 "단시일 내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두산인프라코어는 1분기 말 기준 별도 차입금이 2조9000억원으로 올해 예상 영업이익(2442억원)의 12배에 이른다”며 “또한 중국 법인(DICC) 지분 매각과 관련해 7196억원 규모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인수 금액 대비 소송 리스크가 과도해 매각 성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두산그룹 계열사에 대한 정기평가를 시행해 두산 장기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단기 신용등급도 두산은 A3+에서 A3로, 두산중공업은 A3에서 A3-로, 두산건설은 B에서 B-로 한단계씬 내렸다. 또한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 전망을 '불확실 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올렸다. 그러나 나신평은 두산그룹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신평은 "최대주주 일가가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해 두산과 두산중공업 지분을 담보로 제공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자구 계획 이행에 대한 의지가 높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자구 계획에는 계열사·자산 매각과 같이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 포함되어 매각금액에 따라 재무개선 효과도 달라질 수 있는 등 현단계에서 신용도 영향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