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경제 성장률이 올해 1분기 -1.4%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은행은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통계에서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비 -1.4%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국내 총 생산에 대한 지출. [사진=더밸류뉴스(한국은행 제공)]
부문별로 민간소비는 전분기비 6.4%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음식·숙박,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는 물론 승용차, 의류 등 재화 소비까지 모두 줄었다. 1분기 민간소비가 전체 실질 GDP를 3.1%포인트 끌어내렸다.
소비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코로나19 여파에서 비교적으로 선전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증가해 0.2% 늘었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1.3% 올랐다.
정부소비도 물건비 지출을 중심으로 0.9% 증가했다. 업계에서 정부소비는 지난해 4분기 증가율이 2.5%에 달해 올 1분기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증가했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예산을 조기 집행했기 때문이다.
수출은 2% 줄었음에도 민간소비와 비교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자동차, 기계류, 화학제품 수출이 감소했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세 지속이 이를 상쇄했다.
생산 측면에서는 서비스업이 2.0%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 -6.2% 이후 최대 감소율이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운수업이 -12.6%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6.5%,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 -6.2% 등 순이다. 제조업은 운송장비 및 1차 금속제품이 감소했지만 반도체 부문 증가가 이를 상쇄하며 결과적으로 1.8% 감소에 그쳤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분기비 0.6% 줄었다. 교역조건이 개선되며 감소폭이 실질적으로 GDP보단 적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5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기획재정부 제공)]
업계에서는 1분기보다 2분기에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3월 이후에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0%로 예상했다.
한국의 경우 이미 1분기 성장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집계됐지만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면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지난해 말부터 잠시 이어졌던 투자·수출 회복세가 1분기 성장세 둔화를 다소 완충해 준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2분기부터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실물·고용충격이 확대될 우려가 점증 됐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위기관리대책회의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중대본)’으로 확대 전환해 6월 초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3차 추경안 마련을 집중적으로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2분기 성장과 고용에 가해질 하방압력을 가계와 기업들이 잘 버텨내고 코로나19 방역 종식과 함께 내수·수출 등이 하반기 회복세를 보이도록 지속적인 특단의 대책 강구 및 정책의 적기대응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