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이 600명이 모이는 총회를 강행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9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 주공2단지(그라시움) 재건축 조합은 이번주 토요일인 21일 단지 인근 공원에서 총회를 열 계획이다.
조합은 5월 말 재산신고를 앞두고 이전고시를 하기 위해 총회를 강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 측은 5월 말까지 절차를 서두르지 않으면 재산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총회를 열기로 했다.
조합은 당초 계획한 단지내 체육관 대신 야외인 공원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공원은 조합이 기부채납한 공원으로 사유지가 아니지만, 아파트 여러 동에 둘러싸여 있어 단지와 한 몸이나 다르지 않다. 일부 입주민들은 대규모 조합 행사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단지 입주민 A씨는 "600명가량의 조합원이 총회를 여는 공원은 5천가구, 2만여명이 거주 중인 아파트 단지 내 공간"이라며 "공원은 학교 운동장처럼 펜스 등으로 분리되지도 않았고 심지어 총회 참석자 접수는 일부 동 현관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어서 코로나19가 퍼지지 않을까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동구청은 총회에 600명가량 모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딱히 저지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이미 코로나19 때문에 공문을 보내고 면담도 하면서 총회를 2주간 미루도록 한 것인데, 더는 총회를 연기하라고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18일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비사업에 대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유예기간을 3개월 연장하는 대신 정비조합에 5월 하순까지 총회 등 행사를 미루도록 한 바 있다. 5월 전 총회 등을 여는 조합에 대해서는 감염병예방법 등 관계 법령상 강제력을 동원해 행사를 막을 것이라는 경고도 보냈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 문제가 아닌 다른 안건으로 총회를 강행하는 단지가 나오자 적잖이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국토부는 "관할 지자체와 협의해 총회를 연기하게 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은 "이전 고시가 늦어지면서 등기도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조합원들에게 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더는 총회를 연기할 수 없다"며 "원래 총회 날짜는 7일이었지만 21일로 보름 늦춘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