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 CJ그룹 부회장이 CJ주식회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았지만, 계열사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계열사 경영에 집중하라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오는 30일 열리는 CJ주식회사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임원에서 사임한다. 등기이사 사임과 동시에 박 부회장은 지주사 대표이사에서도 빠진다.
박 부회장 후임으로는 최은석 CJ(주) 경영전략총괄 부사장이 사내이사에 신규 추천됐다. 최 총괄부사장은 2020년 지주사 CJ와 핵심 계열사 CJ제일제당의 사내이사를 겸임하며 그룹 경영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CJ 관계자에 따르면 최 총괄부사장은 1년 만에 CJ 사내이사로 복귀해 그룹의 재무 건전성과 미래 사업전략 등 부분에서 힘을 보탠다.
최 총괄부사장은 이미 CJ에서 재무와 인수합병, 미래 사업전략, 마케팅 등 핵심업무를 도맡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이사회 일원으로 그룹의 의사결정 과정 최전방에 서게 되는 것의 무게는 또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 총괄부사장은 올해부터 신현재 전 CJ제일제당 대표이사의 빈자리를 채워 CJ제일제당의 사내이사로도 활동하게 된다.
CJ그룹의 지주사인 CJ㈜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 돼 있다. 그간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비롯해 지주사 대표이사가 총 3명이었기 때문에 사내이사 3석은 이들의 자리였다.
하지만 이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2인 대표체제를 구축한 2016년부터는 2명의 대표이사가 2석을, 나머지 한 자리는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총괄' 역할의 임원 1명이 채우는 방식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2016년부터 2년간 경영총괄 역할을 한 신현재 부사장이 두명의 대표이사와 함께 이사회를 구성했다.
CJ㈜의 이사회 자리는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물론 총수인 이 회장의 영향력이 상당부분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룹 전략의 구심점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1년간의 이사회 이사 교체 과정은 CJ그룹의 전략이 '그레이트CJ'에서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최 부사장의 이사회 복귀도 그만큼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를 중심으로 재무구조 개선 및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등 일부 계열사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개선을 이룬 상황에서도 구조조정 의지가 여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M&A 업계에서 CJ그룹 계열사의 추가 매각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반영한 결과다. CJ㈜의 2019회계년도 재무상태표에 매각예정자산이 약 6000억원 규모로 반영 돼 있다는 점도 CJ제일제당의 가양동 부지를 비롯한 추가 유동화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CJ 관계자는 “최 총괄부사장이 CJ제일제당 사내이사로 선임돼 그룹의 경영 시너지 차원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올해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등에서 투자의 결실을 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 총괄부사장은 CJ그룹 내에서 인수합병 경험과 재무, 전략 수립부문에서의 능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는 만큼 큰 틀에서 CJ그룹의 이런 운영전략을 보조하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CJ는 최 총괄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하면서 “최 총괄부사장은 지주사와 CJGLS, CJ대한통운 등을 두루 거치며 그룹 사업전반에서 경영능력과 추진력을 보여왔다”며 “또 공인회계사 경험을 보유한 회계, 재무 전문가로 그룹의 재무 건전성 높이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 총괄부사장은 이번 사내이사 선임으로 그룹에서 입지를 더 탄탄히 굳힐 것으로 보인다. 최 총괄부사장은 1967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1992년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04년 CJ 사업2팀장으로 그룹에 합류했다.
2009년 CJGLS 경영지원실장을 지냈고 2011년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할 때 재무분야에서 실력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그 뒤 2012년 CJ대한통운 경영지원실장과 총괄을 거쳐 2017년 지주사 CJ로 돌아와 전략1실장을 맡았고 2017년 11월에는 CJ 경영전략총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