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를 둘러싼 제주도와 오리온의 갈등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의 국내판매를 놓고 제주도와 합의를 거친 만큼 국내판매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주장하지만 제주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맞서고 있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를 제2신성장사업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데 제주도가 용수공급을 중단할 경우 사업추진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제주도청 관계자는 더밸류뉴스와 통화에서 “오리온 측과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사업 초기부터 오리온 측이 제주용암수의 수출에 중점을 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주용암수의)국내 판매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리온 측은 말을 아낀 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우리와 제주도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만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제주용암수 국내판매 두고 제주도와 오리온 말 달라
제주도는 오리온이 제주용암수의 국내판매를 지속할 경우 향후 제품의 주원료인 용암수(염지하수)의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김성제 제주도 물정책과장은 “제주도는 국내판매용으로 염지하수를 공급하기로 약속한 바 없다”며 “오리온이 국내 사업을 이어가면 염지하수 공급 자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2017년 2월과 3월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이미 국내 판매계획을 명시했다고 반박했다. 당시 허인철 오리온그룹 총괄부회장이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국내판매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허 총괄부회장은 12월3일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에서 “원희룡 제주지사와 두 차례 만남에서 (제주도의)국내판매 불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제주도는 국내에서 판매하지 말라고 요청했다지만 삼다수와 경쟁하지 말아야한다는 내용으로 보낸 공문 1회가 전부”라고 밝힌 바 있다.
제주도는 오리온 측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황인데 오리온은 조만간 사업계획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가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에 제동을 거는 데는 제주지하수의 ‘공수화’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제주도는 도민 공공재 개념으로 제주용암수'의 원수인 염지하수(용암해수)를 관리하고 있는데 민간기업이 다량의 공공재를 이용해 이익을 창출한다면 도민정서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제주도에 기반을 둔 생수브랜드 삼다수와 경쟁을 의식해서라는 말도 들린다.
◆ 오리온의 제2성장사업 흔들릴 수도
제주용암수는 건강기능식품·프리미엄 디저트·간편 대용식과 함께 오리온이 글로벌 종합식품화사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4대 신사업 중 하나다.
특히 허인철 총괄부회장이 기획단계부터 디자인까지 직접 참여해 3년 이상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용암수 공장에 건설에 들어간 돈만 1200억원에 이른다.
자칫 국내 판매가 무산될 경우 떠안아야 할 재무적 부담도 적지 않지만 국내시장을 발판 삼아 중국 등 해외시장을 공략하려던 계획까지 틀어질 수도 있다.
국내 판매가 막히더라도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우리나라 생수의 인기가 높은데 오리온의 진짜 목표는 중국일 것”이라며 “중국에 수출할 때 ‘한국에서 큰 실적을 올렸다’고 홍보해야 판매가 수월하다는 점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카카오톡과 전용 어플리케이션 등의 온라인 채널을 통해 12월1일부터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에 들어갔다. 현재 제주도와 정식 용수 공급계약을 맺지 않고 임시로 사용 허가를 받아 물을 공급받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