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년 동안 세계무역을 견인해온 ‘글로벌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이 ‘지역가치사슬(RVC, Regional Value Chain)’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가치사슬’은 상품·서비스의 연구개발, 제조,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나눈 다음 비교우위가 있는 최적국이 각자 역할을 수행하는 글로벌 분업 생태계를 지칭한다. 반면 ‘지역가치사슬’은 글로벌가치사슬이 북미, 유럽, 중국, 아세안 등 경제권역 하나에 집중돼 머무르는 구조를 의미한다.
특히 세계무역에서 신남방지역 비중이 계속 확대되면서 아세안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제 분업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 중점 협력대상인 아세안은 국가·산업별 특징이 상이하다. 지역 사정에 따라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
KOTRA는 28일 ‘신남방 주요국 가치사슬 활용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제산업 연관표를 활용한 부가가치 무역분석, 기업설문, 사례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우리와 신남방 국가의 산업별 가치사슬을 분석했다.
한국기업의 신남방국가 진출 목적은 해당 내수시장 공략, 제3국 수출, 두 가지 형태를 결합한 시도 등 각기 다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신남방 지역에서 국가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아세안 내 복수국을 가치사슬로 연결하는 방식이 요긴할 수 있다. 이를테면 베트남+1, 인도네시아+1 등 ‘플러스원(+1)’ 전략이다.
신남방 국가를 단순 생산기지로 인식하기보다는 내수시장 성숙도, 경제발전 정도,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가치사슬을 형성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정세급변 등 한 국가에서 변수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리스크를 나눠서 다변화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국제산업연관분석에서 전·후방 개념은 국가별 밸류체인 참여정도를 비교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 국가의 수출에 따른 해외부가가치 창출이 ‘후방’이라면 제3국의 수출에 사용된 국내부가가치 창출은 ‘전방’이다.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후방을 중심으로 GVC가 증가했다. 신남방 지역으로 한정하면 전·후방 RVC가 모두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와 신남방 주요국 간 전·후방 RVC는 국가·산업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가치사슬이 지역 차원으로 심화됐다.
국가별로 보면 신남방 지역 중 말레이시아의 수출 확대에 한국이 가장 많이 기여했다. 신남방국가 중 한국수출에 가장 기여한 나라는 인도네시아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전자·기계, 석유화학, 금속, 섬유·의류에서 신남방 국가의 우리 수출 기여도가 높았다.
신남방국가의 수출에 우리 기여가 큰 산업군은 금융중개·비즈니스서비스, 전자·기계, 석유화학, 금속, 도소매업 등이다. 우리가 신남방 현지진출과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부가가치 기여도가 높은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은행, 보험, 금융리스업, 법률, 연구개발, 전문과학기술, 사업지원, 운송, 교육, 건강 등 서비스산업에 대한 국가별 접근성 제고가 요구된다.
김상묵 KOTRA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세계적인 보호무역 기조와 4차 산업혁명 움직임으로 기존 글로벌가치사슬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RCEP 등 메가FTA 등장에 따라 지역·산업별 가치사슬을 재배치하는 전략을 수립할 시점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