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밸류뉴스= 이경서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한·일 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2차 양자협의에 나섰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협의를 마쳤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19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WTO 분쟁해결 2차 양자협의를 진행했다. 양자협의는 WTO 분쟁해결 절차의 첫 단계로,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가기 전 양국 간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절차다. 이번 양자협의는 1차에 이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한국 측의 요청을 일본이 수용하며 성사됐다.
하지만 2차 양자협의 역시 양측의 입장 차이는 평행선을 이루었다. 이에 따라 제소국인 한국이 WTO 1심 절차인 무역분쟁기구의 패널 설치를 요청, 법정 공방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측 수석 대표 정해관 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협의 후 언론 브리핑을 열고 “양국은 그간 두 차례에 걸쳐서 6시간씩 집중 협의를 했으나 양측의 기존 입장이 바뀌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오늘 협의 결과를 서울에 돌아가서 좀 더 평가한 뒤 패널 설치 요청을 포함한 대안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차 양자협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협의를 위한 협의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 수석 대표 구로다 준이치로(黑田淳一郞) 경제산업성 통상기구부장 역시 "이번 협의를 통해 사실 관계 등에 대한 상호 인식을 깊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서로가 기존 주장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한국 측이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부는 WTO 재판절차인 패널 절차를 포함해 대응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제소국은 양자협의 협상 기한인 60일이 지나면 WTO에 패널 설치를 요구할 수 있다. 패널 설치를 요청하면 WTO 사무국은 재판관을 선출하고 1심을 시작하는데, 결과가 나오기까진 2~3년이 소요된다.
앞서 일본은 지난 7월 4일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의 대한국 수출규제를 시행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제1조 최혜국 대우 △제11조 수량제한의 일반적 폐지 △제10조 무역규칙의 공표 및 시행 등을 위반했다며 지난 9월 11일 일본을 WTO에 제소했다.
이후 양국은 지난달 11일 첫 양자 협의를 열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날 다시 협상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