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향 수출 규제가 오히려 일본 자국의 산업기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이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과 한국 소재·부품산업의 대응’ 세미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는 글로벌 가치사슬(GVC) 단절로 단기적으로는 우리 산업 및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겠지만,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및 수출 산업화 가속화, 이에 따른 일본의 산업기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본부장은 “일본의 이번 조치는 일본 기업의 신뢰를 붕괴시키며, 세계 전체의 GVC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GVC는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이런 체제가 유지돼왔던 것은 상호간의 신뢰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기업의 신뢰성 상실로 거래선 다변화가 이뤄지고, 이로 인해 일본 기업의 독과점 체제가 붕괴되면 이는 일본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며 “한국의 거래기업뿐만 아니라 최근 수요가 증가하는 중국기업들도 일본 기업에 대한 신뢰가 상실돼 거래선 다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국면을 한국의 국산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 본부장은 “과거에는 정책당국이나 중소 소재 및 장비업체의 일방적인 국산화 전략이 추진됐지만, 지금은 대체 거래선이 필요한 수요업체와 공동 노력이 가능하다”며 “한국의 산업발전 단계로 보면 (현재가)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의 소재 및 장비를 국산화 및 수출산업화해야 하는 시기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생태계 전반의 육성을 통한 초격차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데, 한국이 일정 수준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단순히 이들 소재부품을 개발·생산하는데 그치지 말고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산업의 주요 첨단제품 및 소재부품 1200개 중 일본이 공급하는 품목 수는 894개로 미국, 중국, 유럽 등에 비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30% 이상이 세계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며 270개에 달하는 품목에서의 일본 독점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계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의 품목은 전자 관련 소재 부품이며 이들의 매출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중견기업이 투자를 해야 하지만 신뢰의 문제로 수요기업의 구매 여부가 불확실하고 시장 진입에 따른 리스크가 높아 수익이 크지 못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