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가 대주주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자신의 지분을 늘리는 수단이 된 이유는 자사주 처리 방식 때문이다.
◆ 대주주가 자사주로 지배력 강화해도 금지 규정없어
현행 상법 341조 1항에 따르면 기업은 배당 가능 이익의 범위 내에서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다. 또, 현행 상법 제369조 2항에 따르면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주주 개인이 아닌 회사가 보유한 주식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신주 배정 금지를 비롯한 나머지 권리 제한 규정도 없다. 이것이 문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권리 제한 규정이 없다보니 대주주는 회사 자금으로 매입한 자사주를 자신의 지배력 강화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던 사업회사가 인적 분할로 지주사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자사주가 지주사에 귀속되면서 해당 지주사는 자사주외에도 자사주 보유 비율만큼 사업 회사의 신주 발행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대주주는 사업 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사주가 사업회사에서 지주사로 넘어가면서 의결권이 사실상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자사주의 마법'이라고도 부른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는 소액 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고 지배구조가 왜곡되는 문제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적은 지분으로 최대한 많은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재벌총수일가와 이를 규제하려는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은 반복돼 왔다.
◆ 국회 법안 발의됐지만 통과 가능성 높지 않아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자사주를 악용해 대주주가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태를 제한하자는 방안에 동의했다
자사주의 남용 방지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포함돼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내노은 국정기획자문회의를 보면 "기업이 인적분할을 할 경우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도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번 20대 국회에도 ‘자사주 마법’을 막자는 취지의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들이 발의되어 있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기업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분할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박용진 의원)과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자사주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박영선 의원) 등이 계류 중이다.
박용진 의원안과 오신환 의원안에서는 “단순분할신설회사, 분할합병신설회사는 분할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에 대하여 신주배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인적 분할 후 분할 회사가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중공업 사례와 같이 분할신설회사인 현대로보틱스가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이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심도깊은 논의 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