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한진칼을 상대로 주주행동주의에 나서면서 50%에 육박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성과에도 KCGI는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7개월만에 수익률 50% 육박
16일 더밸류뉴스 조사에 따르면 KCGI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지난해 11월 15일 한진칼 지분 9.0% 보유를 최초 공시한 이후 한진칼 주가는 2만6200원에서 16일 현재 3만8500원으로 46.9% 상승했다. 금액으로는 7개월만에 1400억원 가량의 차익을 낸 것이다.
이 기간 한진칼의 주가가 상승한 것은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를 펼친 것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CGI는 지난 2월 한진칼을 상대로 전자투표제 및 주주명부 열람 요청을 했고, 3월 29일 주주총회장에서는 이사 선임을 놓고 한진칼과 표대결을 벌였다. 이달 초에는 서울중앙지법에 고(故) 조양호 회장에 대한 퇴직금 및 조원태 대표이사 회장 선임 관련 검사인을 선임해달라고 요청했다. 동시에 한진칼을 상대로 지난해 12월 5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1600 억원 규모의 단기 차입금에 대해 차입일 이후 가처분 신청일 현재까지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장부나 증빙서류를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 KCGI, 주주행동주의 나서자 한진그룹 상당부분 수용
KCGI의 이같은 적극적 주주행동주의에 대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이를 상당부분 수용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한진칼은 올해 초 '한진그룹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현재 사외이사 수를 4인으로 확대하고, 사외이사 추천 위원회를 도입하여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를 도입하고,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하기로 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의 배당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최근 외부 투자자 유치 통해 고급 휴양시설 개발 등 수익성 중심의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개발 계획을 검토한 이후 개발 또는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힘으로써 향후 유휴자산 활용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성진 투핸즈 투자자문 CIO(부사장)는 "KCGI의 주주행동주의가 대의명분에 부합해 한진그룹이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KCGI 지분이 조원태 회장 일가의 경영권에 위협을 줄 정도여서 일정 부분 수용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6일 현재 KCGI는 한진칼 지분 15.98%를 보유해 고 조양호 전 회장(17.84%)에 이은 사실상 최대주주이다. 일각에서는 KCGI가 한진칼 지분을 20%대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 일가의 지분은 28.95%로 추정되고 있다.
◆ 지분 20% 확보 움직임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주주행동주의를 펼쳐 성과를 낸 것은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에 성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눈여겨볼 부분은 KCGI가 이미 고수익을 냈음에도 한진칼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KCGI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15.98%)을 추가로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CGI 산하 그레이스홀딩스는 보유 중인 한진칼 주식 100만주, 46만830주에 대해 각각 KTB증권, 더케이저축은행과 담보대출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KCGI는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그레이스홀딩스와 엔케이앤코홀딩스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미래에셋대우에서 총 4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이 가운데 절반인 200억원에 대한 만기가 12일 도래했었고, 나머지 200억원의 대출기한은 다음 달 22일까지다.
그레이스홀딩스는 미래에셋대우로부터 12일 만기인 한진칼 지분 담보대출 200억원에 대한 연장 불가 통보를 받은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에 관련해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어 그레이스홀딩스에 담보대출 추가 연장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내달 22일 만기가 돌아오는 200억원 규모의 대출도 만기 연장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이 국내 주요 채권 발행 기업으로 대형 증권사 IB(투자은행) 사업에서는 큰 손 고객인만큼 다른 증권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는 11월 18일 만기가 돌아오는 100억원 규모의 KB증권 주식담보대출 역시 만기 연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KTB투자증권의 경우 IB 사업 대부분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며 기업금융 비중은 미미해 한진그룹의 영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KCGI에 대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 중장기적 관점 운용 전망... "한국 자본시장 긍정적 선례"
KCGI가 담보대출을 추가 연장한 것은 향후에도 한진칼에서 발을 빼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상 행동주의펀드가 수익률 50%를 거두면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KCGI는 한진그룹 투자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강성부 KCGI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을 개선하는데 PEF가 '메기' 역할을 할 것이다. '먹튀'가 아니라 기업의 ‘약점’을 해결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PEF운용사들의 역할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해 단기 차익 보다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중장기적 가업가치 증대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장우 교수는 "KCGI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진칼 지분을 운용하는 것은 한국 자본시장 발전에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