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물컵 갑질' 논란으로 사퇴했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한진그룹 노조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조현민 전무의 복귀 철회를 촉구했다.
◆ 진에어 노조 “조현민 전무는 진에어 제재 원인 제공자"
11일 진에어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조현민 전무는 경영복귀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조 전무는 논란으로 경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진에어 부사장으로도 일했다. 조 전무는 한진그룹의 신사업 개발 및 그룹 사회공헌 등 그룹 마케팅 관련 업무를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CMO(Chief Marketing Officer)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0일 한진칼은 "조현민 전무가 지분 2.27%를 신규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진에어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경영복귀에 2000여 직원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참담한 심정이다"라며 "진에어 사태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총수 일가에 배신감을 넘어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고 밝혔다.
노조는 "물컵 갑질과 외국인 신분으로 등기이사에 올랐던 조 전무 탓에 진에어가 면허취소 위기에 처했다"며 "전 직원이 뛰쳐나가 면허취소는 막아냈으나 이후 전대미문의 국토교통부 제재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진에어가 제재 고통을 받는 이유는 조 전 부사장의 등기이사 재직과 총수 일가의 갑질"이라며 "노조와 회사가 제재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최선을 다하며 국토부 결정만 기다리는 상황에서 진에어 사태의 장본인이 지주회사 한진칼 임원으로 복귀한 것은 전 직원의 희망을 처참히 짓밟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국토부가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 대신 제재 결정을 내린 근거로 '갑질 경영'을 꼽은 것을 언급하며 "국토부 제재 해제의 전제는 갑질 근절과 진정한 경영문화 개선인데, 그동안 문제의 책임자인 총수 일가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오히려 직원들의 염원을 수포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조 전무의 경영복귀가 진에어 경영을 위한 포석이라며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조 전 부사장이 진에어 지분 60%를 보유한 1대 주주인 한진칼 전무로 복귀한 것은 진에어를 다시 경영하려는 꼼수이며, 외국인 신분으로 진에어를 직접 경영할 길이 막히자 우회적으로 진에어를 소유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모든 직책에서 사퇴해야”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도 이날 '갑질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대한항공이 '땅콩항공', '갑질항공'으로 전락해버린 수치심, 그로 인한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가치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금전적 손실은 물론, 직원들이 감내한 자괴감, 고성과 갑질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등은 생채기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직책이 바뀌어도 갑질은 반복된다"며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상호 견제는 기업문화에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종사 노조는 "직원의 목소리는 묻힐 수 있지만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뭉쳐진 외침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 갑질에 대항할 힘이 된다"며 조현민 전무가 모든 직책에서 사퇴할 것과 정부는 항공산업의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 한진그룹 “조 전무 경영복귀 맞아... 선친 회장 유지 받들어 시행”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도 이날 '조현민 전무, 어떠한 반성도 없이 경영복귀는 시기상조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복귀는 사회적 책임이나 직원들의 요구와는 전혀 상관없이 기득권을 회복하기 위한 수순"이라며 조 전무의 복귀를 비판했다.
직원연대는 "작년 조현민씨가 던진 물컵으로 인해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업 이미지와 미래 가치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다"며 "또한 가족 일가가 벌인 수없이 많은 갑질의 행태는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고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전무로 경영 일선에 복귀를 선언하는 모습을 볼 때, 여전히 국민을 우습게 안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직원연대는 재벌에 관대한 사회풍토가 또다시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모습으로 비춰 안타까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측은 이날 "조현민 전 전무가 경영에 복귀했다”고 확인했다. 한진그룹 측은 “조원태 회장이 밝힌 것처럼 선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이 형제 간 화합을 토대로 그룹 경영을 이끌어 달라는 유지를 받들어 실행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