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자리 잡은 '니혼 M&A 센터'가 중소기업들의 M&A(인수합병) 중개기관으로 안착하면서 국내 시장에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1991년 회계사 출신의 와케바이야시가 설립한 니혼 M&A 센터는 메가 뱅크와 대형 증권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중소기업 M&A 특화로 독점력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니혼 M&A 센터는 현재까지 일본 금융업계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기록해 왔으며, 그 성공 비결에는 비즈니스 환경의 우호적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
최근 수년 사이 일본 중소기업의 M&A 시장은 전통산업의 성숙과 글로벌 경쟁의 심화, 저성장 지속에 따라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단카이 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 세대 창업자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일본기업의 M&A를 통한 매각 사유 1위는 '가업승계'로, 니혼 M&A센터는 중소기업 후계자 문제에 따른 잠재적인 수요가 약 12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성공적인 M&A는 종업원의 고용과 기존 거래 고객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창업자도 은퇴 시 일정 부분의 이윤을 얻을 수 있다.
한때 일본 중소기업 오너들은 M&A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으나 이런 장점들이 어필하면서 사업승계 친인척 외 승계 비중이 65%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회계법인, 지방은행 등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것도 니혼 M&A센터가 가진 강점 중 하나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기업정보의 많은 부분이 비공개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오너가 주로 접촉하는 지역 회계사나 세무사 등 인적 네트워크 확보가 중요하다.
2017년 일본 중소기업 M&A 의뢰경로는 회계사·세무사가 59.1%, 거래 금융기관 42.3%인 반면, 전문중개 회사는 17.4%에 불과하다.
니혼 M&A센터는 회계사와 세무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였기 때문에 설립 당시부터 인적 네트워크 확보가 가능했다.
2017년 9월 말 기준으로 니혼 M&A센터는 711개의 회계법인과 98개 지방은행, 204개의 신용금고와 제휴를 맺고, 중소기업 관련 M&A 정보를 제공받고 있으며 이외에도 증권사와 벤처캐피탈, 컨설팅사 등 네트워크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
니혼 M&A 센터를 통한 거래 비중은 양도 60%(은행 20%, 회계법인 20%, 증권사 10%, 기타 10%), 양수 25% 등이다.
정부 지원 역시 가업승계형 M&A 시장에 날개를 달아 주고 있다. 일본 내 47개 지자체에서는 후계자 문제를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승계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현재 니혼 M&A 센터의 연간 거래 건수는 약 520건이며 낮은 경제성장률, 고령화 등 인구구조 문제로 외부환경이 악화되면서 M&A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최근 몇 년 간 일본과 마찬가지로 베이비부머 창업자들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으나 중소기업 M&A 시장 형성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부실기업 정리를 위한 매수자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보니 자발적 M&A가 부진하며, 인식 역시 아직은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한국M&A센터가 한국시장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등을 통해 시장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출발한 한국M&A센터는 개설된 지 2년 반이 지난 현재 총 거래건수가 15건에 불과하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우수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 중소기업 등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 M&A가 활성화돼야 한다"며 "스타트업과 상장사가 함께 윈윈하는 상생형 M&A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