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의 주주총회에서 찬성 이외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단 두번에 그친다. 지난 2017년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안건에 각각 중립과 반대표를 행사했다. 사내이사 선임의 경우에는 당시 권오준 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여론 등을 의식해 중립을 택했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독립성이 결여된다는 문제로 반대표를 던졌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포스코 주식을 총 934만 2192주를 보유하며 10.72%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포스코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해, 2007년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당시만해도 지분율은 4%를 밑도는 수준이었으나 꾸준히 장내 매집을 통해 지분율을 늘려왔다.
국민연금은 최대주주로서 포스코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 대부분 찬성으로 일관했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포스코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17년 이전까지 모든 안건에 찬성표만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물론 중립이나 기권표를 행사한 내역도 없었다.
거수기 역할만 하던 국민연금이 포스코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 것은 지난 2017년. 국민연금이 포스코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확대한 시기와 일치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7년 정기 주총에서 권오준 당시 회장이 연임하면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는 안건에 중립 의견을 냈다. 중립은 의결권 행사는 하지만 다른 주주의 찬성이나 반대 투표비율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다른 주주들의 뜻에 따르겠다는 의미다.
당시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에 포스코 광고 계열사인 포레카가 언급되면서 권오준 회장 연임에 대한 논란이 커졌던 상황이었다. 국민연금은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사건으로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중립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여론을 의식한 행보였다. 결국 권오준 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국민연금은 같은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첫 추천된 장승화 서울대 법대 교수에 대해서는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장 교수는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활약하다 교수로 전직한 인물로, 국제거래통상법 전문가로 통한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재판관으로 활동했던 이력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국민연금은 해당 인물이 WTO 재판관이라는 점을 들어 포스코의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취약하다고 판단했다. WTO 재판관은 통상 및 무역과 관련된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이의 이해관계자로 얽혀있는 포스코에 대해 제대로 된 감시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 교수는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현재까지도 직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포스코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의결권 행사에 그다지 적극적이지는 않은 편"이라며 "여론과 정부 입김 등을 의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에 제한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