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스튜어드십코드에 소극적인 자산운용사들. 언제까지?

-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2년차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논의 활발

  • 기사등록 2019-01-25 16:00:36
기사수정
[더밸류뉴스=지윤석 기자]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등에 대한 스튜어드십코드(기관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 시행을 본격화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주목되고 있다.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20층 회의실에 내걸린 역대 회장 초상화. [사진=더밸류뉴스]

 


스튜어드십코드 참여 현황. [자료=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자산운용사 참여율 12% 불과


24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스튜어드십코드 참여를 공표한 자산운용사는 전체 232곳(금융투자협회 등록 기준) 가운데 28곳에 불과하다. 한국에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된 지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운용사들의 참여율은 12%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참여 예정 의사를 밝힌 2개 운용사를 포함해도 13% 수준이다. 


이처럼 자산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코드에 소극적인 이유는 비용 문제와 기업 경영진의 저항 가능성, 실제적 효용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정해진 기간 내에 고수익을 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자산운용사 입잗에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에 적극적 


그렇지만 자산운용사들이 마냥 스튜어드십코드에 무관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업계 ‘큰 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23조9000억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중 57조3000억원은 위탁 운용을 통해 국내 32개 자산운용사가 이를 나눠 맡는다. 국민연금의 기금을 위탁받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자산운용사들의 주주활동 이력을 평가해 역량 있는 곳부터 의결권을 순차적으로 위임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연금은 최근 스튜어드십코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고심중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대한항공의 2대 주주(11.56%)이자 한진칼의 3대 주주(7.34%)다.

전날 기금위 산하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 과반수 이상이 한진그룹에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는 기구다.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대해선 7명이 반대, 2명이 찬성했다. 한진칼에 대해선 5명이 반대, 4명이 찬성했다.  

기금위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달 중 회의를 열어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총에서 주주권 행사 여부를 최정 결정할 계획이다.



◆ 文 대통령도 스튜어드십코드에 힘 실어줘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활성화에 한껏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도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에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며 "틀린 것은 바로 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올리겠다는 강성부 펀드가 등장 이후 운용사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운용사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코드 참여로는 이어지진 않고 있다.  

 

한국에 스튜어드십코드가 뿌리 내린 건 지난 2016년이다. 기업지배구조원, 자산운용사 등 민간 주도로 스튜어드십코드를 공표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는 자율 지침이다. 장기수익률을 위해 투자한 회사에 건설적인 주주관여를 하라는 취지다. 법적 강제력 없이 개별 기관투자자가가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큰 저택이나 집안일을 맡아 보는 집사(steward)처럼 기관투자자도 고객 재산을 선량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강성부펀드가 스튜어드십코드에 관심을 높이는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다"며 "주주 행동주의가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더뎠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분위기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자산운용사들 스스로 필요성 느껴야" 


문제는 운용사들이 실감하는 스튜어드십코드의 효용성이다. 김영익 교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무게감이 있지만 당장 큰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며 "자산운용사들이 스스로 스튜어드십코스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결권 판단은 각 운용사의 철학, 준칙에 따라 다르고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의 효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형운용사는 자본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스튜어드십코스 도입을 준비 중인 중소형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의결권 자문기관을 아웃소싱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반면 대형사운용사 관계자는 "보통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는 운용사는 외부 자문 기관에 비용을 지불하고 의견을 듣는데, 리서치 조직을 갖춘 운용사들은 과거 의결권 행사 지침을 갖고 있다"며 "이를 강화하거나 자체적으로 주주관여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jys@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9-01-25 16:00:3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4차산업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